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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Jul 04. 2024

우리에게 새겨진 공포에 대한 반응

안타깝게도 인간도 동물이

'놀람반사'와 비슷한 반사를 인간에게서도 관찰할 수 있다. 모로반사(Moro reflex)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아기가 갑자기 큰 소리를 듣거나 갑자기 아기를 건드리면 아기가 팔과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을 펴며, 몸 쪽으로 팔과 다리를 움츠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생후 4~6개월 까지 관찰할 수가 있는데 위험을 감지했을 때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기 위함이라고 알려져 있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걷지 못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반사일 것이다.


인간과 비슷한 원숭이를 살펴보자. 원숭이의 새끼에서도 '모로반사'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주로 생활하기 때문에 특히나 어미에게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모로반사'가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한 반사이니 만큼 진화 과정에서도 유지되는 것일 테다.


'긴장성 부동'도 인간에게서 관찰할 수 있을까?


스톡홀름 강간위기센터에서 성폭행 피해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피해자의 70%가 긴장성 부동 상태를 경험했는데 그중 48%는 극심한 상태의 긴장성 부동 상태를 겪었다고 한다. 극도의 공포를 마주한 순간 도망이라고 하는 행동보다는 죽은 것처럼 보여야겠다는 행동을 반사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조상들에게는 죽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때로는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는 전략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이 반사도 우리 인간에게도 남아있는 것일 테다.


'긴장성 부동'의 극단적인 형태가 졸도(syncope)이다. 원숭이올빼미는 뛰어난 청력으로 벨벳자유꼬리박쥐의 심장박동을 듣고서 사냥을 한다. 벨벳자유꼬리박쥐는 원숭이올빼미에게 잡히는 순간 극단적으로 심장박동수를 낮춰버린다. 그때 원숭이올빼미 동작에 미묘한 틈이 벌어지고 그 틈을 벨벳자유꼬리박쥐는 놓치지 않고 도망친다.


인간도 극단적인 상황에서 졸도를 한다. 내가 군 병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때 외진온 병사들 중 채혈을 하기 위해 주삿바늘을 찌르려고 하는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병사들이 가끔 있었다. 주삿바늘은 포식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심장박동수를 극단적으로 떨어뜨려 의식을 잃더라도 주삿바늘이 찔리는 상황으로부터 도망치는 선택을 반사적으로 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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