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사자의 사냥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얼룩말 무리는 사자가 배를 채우면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굶주린 사자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배를 채운 사자는 더 이상 나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다. 편도체의 역할이 끝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인간의 경우에는 편도체의 역할이 여기서 끝이 나지 않았다. 진화 때문이다. 진화로 얻게 된 대뇌의 전전두엽피질(prefrontal cortex)과 편도체 사이에 긴밀한 연결이 이뤄지면서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는 인간에게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편도체와 전전두엽피질의 연결은 과연 현재의 인간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을까? 인간은 불을 사용하고 도구를 만들고 기술을 개발하고 과학을 발전시키면서 이제는 포식자로부터 위협받던 생활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옛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던 포식자는 오히려 인간에 의해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있어 포식자라고 하기도 무안하다. 하지만 우리 유전자의 진화 속도는 이런 환경 변화의 엄청난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