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peace Jul 25. 2024

78년생 정사생

망자는 살아있다.

  호진은 연후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인터넷 검색으로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다. "유명 기업 여직원, 회사 건물에서 추락사"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기사는 사건을 단순 자살로 다루고 있었지만, 호진은 꿈에서 본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는 연후가 일했던 회사 이름을 메모했다. '삼조무역상사'

다음 날, 호진은 용기를 내어 삼조무역상사 앞으로 갔다. 회사 주변을 서성이며 직원들의 대화를 엿들으려 했지만, 아무도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호진이 한 직원을 붙잡았다. "김연후 씨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직원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죠? 당신 누구시죠?"

"저는... 그녀의 친구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요."

직원은 주변을 둘러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일에 대해선 함구령이 내려져 있어요. 조심하세요."


이 말을 들은 호진은 더욱 의심이 커졌다. 그는 연후의 가족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며칠 후, 호진은 연후의 부모님 집을 찾았다. 문을 열고 나온 연후의 어머니는 피곤해 보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김연후 씨의 친구입니다.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연후의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다 호진을 안으로 들였다. 거실에는 연후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연후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하지만, 우리 딸이 그럴 리가 없어요."

호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연후 씨가 회사에서 무슨 문제가 있다고 말한 적 있나요?"

그 순간 연후의 아버지가 방에서 나왔다. "당신 누구요?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죠?"

호진은 당황했지만, 꿈에서 본 내용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연후의 부모는 놀란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들었다.


"그래요... 연후가 죽기 전 회사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있다고 했어요." 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자세히는 말해주지 않았죠."

호진은 결심했다. "제가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연후 씨를 위해서요."





그날 이후 호진은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그는 연후의 친구들을 만나고, 회사 주변을 배회하며 정보를 모았다. 점점 그는 삼조무역상사의 비리와 연후가 이를 폭로하려 했다는 사실에 가까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호진은 한 제보를 받았다. 연후의 전 동료라고 하는 사람이었다.

"김 씨가 가지고 있던 자료들... 제가 알고 있어요."

호진은 연후의 전 동료라는 제보자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인 도심 외곽의 폐공장으로 향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주변은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고, 간간이 들리는 금속성 소리가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여기 누구 없어요?" 호진이 조심스레 외쳤다.

갑자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호진이 돌아보니 두 명의 남자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꿈에서 본 그 남자들이었다.

"당신이 김연후에 대해 캐고 다닌다면서요?" 키가 큰 남자가 위협적으로 말했다.

호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그만둬요. 당신이 알 필요 없는 일이에요." 안경을 쓴 다른 남자가 말했다.

호진은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출구는 두 남자 뒤쪽에 있었고, 옆으로는 녹슨 기계들이 늘어서 있었다.

"저는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호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실이라고?" 키 큰 남자가 비웃었다. "삼조무역상사의 진실을 알고 싶다고? 연후처럼 될 각오는 되어 있나?"

그 순간 안경 쓴 남자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려했다. 호진은 순간적으로 옆에 있던 녹슨 파이프를 잡아 남자들을 향해 휘둘렀다.

"윽!" 안경 쓴 남자가 놀라 뒤로 물러났다.

호진은 그 틈을 타 재빨리 옆으로 달렸다. 기계들 사이를 지그재그로 뛰어가며 추격을 따돌리려 했다.

"저 자식 잡아!"

뒤에서 고함 소리와 함께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호진은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필사적으로 달렸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폐공장을 빠져나와 호진은 인적 드문 거리로 달려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두 남자가 여전히 쫓아오고 있었다.

"택시! 택시!" 호진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마침 지나가던 택시가 멈춰 섰다. 호진은 재빨리 문을 열고 뛰어올랐다.

"빨리 가주세요! 제발요!"

택시가 속도를 내자 뒤에서 쫓아오던 남자들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호진은 뒷좌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 어디로 모실까요?" 택시 기사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호진은 잠시 고민했다. 집으로 가기엔 위험할 것 같았다. 그는 깊은숨을 내쉬고 말했다.

"경찰서로 가주세요."

택시가 달리는 동안 호진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연후의 죽음, 삼조무역상사의 비밀, 그리고 자신의 안전... 모든 것이 뒤엉켜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그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위험한 진실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을.

경찰서로 향하는 길, 호진은 휴대폰을 꺼내 연후의 부모님께 문자를 보냈다.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심하세요."

호진은 이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모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는 두려우면서도 궁금했다.

작가의 이전글 78년생 정사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