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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달라 Mar 30. 2024

닮고 싶은 사람들

아줌마 글쓰기 프로젝트


지난가을, 토요일이면 낙엽이 멋들어진 철길을 걸으며 기분 좋게 가던 곳이 있다.


'누구나 작가가 되는 곳 〈쓰는하루〉'


'글쓰기가 막막한 당신을 위한 기초과정'에서 여섯 명의 귀한 인연을 만났다. 사실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는 나이임은 틀림없다. 게다가 공통점이라고는 성별과 사는 지역이 같다는 것이 다였다. 나이도 제각각에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가늠이 안되는 사람의 모임이었다. 하지만, 글 속에서 슬쩍슬쩍 보이는 그들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음에도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두 달간의 〈쓰는하루〉에서의 수업을 끝내며 헤어짐이 못내 아쉬웠다. 누구 하나 뺄 것 없이 우리만의 글쓰기 모임을 이어가는 것에 동의했다. 나눔을 인생 모토로 삼은 언니의 공간 기부로 〈My way Writing-마라팅〉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작가님께서 새로운 강좌를 개설할 때까지 글쓰기를 쉬지 말자는 생각이었으나, 지금은 각자의 이야기를 꽃피우며 스스로 치유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쓰기 위해 만났으나, 살아가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고, 읽기를 통해 생각을 확장하며, 따뜻한 위로 한 스푼으로 마음을 덥힌다. 그 위로에 힘을 얻어 쓰기로 돌아온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모임이라니, 우리의 동력은 무엇일까.


시작은 '따스함'이다. 구심점이 된 작가님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쓰는하루〉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이 선연하다. 카페의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환한 빛과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시던 작가님의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시간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기 충분했다. 어쩌면 우리 중 막내일지 모르는 작가님께서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가셨다. 할머니들이 '우리 슨상님이 최고여'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던 TV 속 장면이 겹쳐진다. 작가님을 겪으며 읽기와 쓰기로 다져진 내공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깊이 있게 만드나 보다 생각했다.


동기들의 마력은 '경청'에서 시작된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았지만 모두 '듣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 나누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공감한다. 허투루 나오는 말이 없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짚어내며 첨언한다. 몸까지 앞으로 기울이며 귀를 쫑긋하는 동기들의 모습이 거울이 되어 나도 듣기에 열중하게 된다. 다른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배운다. 각자 삶의 주제가 다르지만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그들 앞에서는 쉽게 보여주기 어려운 속내도 어느새 꺼내놓게 된다.


긍정의 에너지는 단연 '말씨'에서 나온다. 다정함이 담뿍 묻어나는 어투는 용기를 북돋기 충분하다. 다들 그동안 익힌 좋은 단어를 모두 끌어모아 대화에 참여하는 것 같다. 순간에 끌어모은다고 되는 것이 아닐진대, 그들의 삶이 모두 다정함으로 물들어 있음이 당연하다. 신기한 것은 말씨의 다정함이 행동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자연스러운 허그로 나누기도 한다. 작은 행동이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한 나로서는 마음을 활짝 열게 만들어준 온몸으로 내뿜는 긍정이 참 고맙다.


역시 이 모든 것의 정점은 '글'이다. 글로 만난 사이인 만큼 글쓰기에 대한 집념과 노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글쓰기를 하고 톡에 공유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친구가 있다. 그의 성실함을 격려하며 의견을 나누는 것은 서로의 성장에도 큰 자극이 된다. 어떤 주제라도 괜찮다. 나누고 싶은 글이 있으면 언제든지 올린다. 읽고 생각을 달아주는 것도 좋고, 읽지 못해도 괜찮다. '하트' 하나 '엄지척' 하나에 위로받는다. 심지어 아무런 소식이 없어도 '거기 있음'을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꽤나 단단한 믿음으로 서로를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서로의 변화를 실감한다. 가만히 앉아 듣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놓기 시작하더니,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던 무거운 추를 하나씩 끊어내고 있다. 그것이 단초가 되어 변화된 시선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숨 가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잠시의 틈을 버리지 않고 채우고자 각자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한다. 더 큰 도약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결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그들의 발전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며 금의환향하기를 기다린다.


선물 같은 인연이 감사하다. 그들에게 받는 에너지만큼 돌려주는 삶을 살고 싶다. '삶으로 베풂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옳았다'라고 말한 맏언니의 말처럼 나도 삶으로 말과 글로 표현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말과 글, 그리고 행동이 일치하는 삶. 어렵지만 이들과 함께라면 선하고 배려하는 삶의 태도를 어른스럽게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의 앞날이 어떨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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