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과 부부관계
결혼 10년차가 되었다. 요즈음 들어 아내와 거의 다투지 않는다. 신혼부터 재 작년까지는 아내와 무수히 다투었던 것 같다. 특히 첫 아이를 가지고부터 육아라는 공동 사업을 시작하고 부터는 의견충돌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항상 아내는 주방에서 양치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칫솔을 꼭 수저통에 꽂아 놓고는 했다. 그런데 그것이 설거지할 때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그런 사소한 것도 잔소리로 시작되어 감정싸움이 되고는 했다.
사소한 의견 충돌이 항상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는 서로 왜 싸웠는지도 잊어버린 채 솟구쳐 오르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주체 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저 상대방이 알아서 물러나 주기를 바라고는 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다 제풀에 지쳤을뿐 서로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혼하고 10년이 되어 마흔 살에 들어서니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그동안 몰랐던 사십춘기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느라 아내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했다. 그러니 서로 한발 씩 물러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서로의 거리가 생기니 자연스레 다툼이 사라졌다. 아마도 서로의 거리가 본인들 만의 심리적 여유 공간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예전에도 서로에게 마음의 여유 공간이 있었으면 덜 싸웠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부부라면 찰싹 붙어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소한 것들 까지 일일이 서로 공유하려고 했다. 그러다 불꽃이 튀고 싸움이 되었다. 한발 두발 세발 물러나 서로에게 여백을 선물했다면 좀더 느리게 가더라도 서로 감정적으로 쉴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내가 과거로 다시 돌아가 그때의 나에게 조금 물러서라고 거리를 두는게 오히려 좋다고 충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나아가 엉뚱한 상상이지만 적어도 미래에는 귓속에 착용 가능한 감정조절기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마치 우리가 지금 많이 귀에 꽂고 다니는 블루투스 이어폰처럼 생겨 우리가 화가 났을 때 그 장치에서 “진정하세요”하고 속삭여 주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그 신호를 듣고 잠시 숨을 고르며 한발 물러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머신 러닝은 우리 몸에서도 빅데이터도 추출할지 모른다. 웨어러블 데이터 수집기를 사람이 입고 각 감정상태에 따른 바이오 데이터를 인공지능이수집해서 사람의 감정상태의 특징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다. 감정 조절기는 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우리 몸의 반응과 음성, 대화의 내용을 통해 인간들이 다투는 상황인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싸우거나 다투기 시작할 때 감정 조절기는 작동을 해서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은 몹시 화가 난 상태입니다.
공격적인 표현을 자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라고 우리 주의를 환기시켜 주는 것 만으로도 부부싸움은 많이 줄어 들 지도 모른다.
미래의 감정 조절기는 더 나아가 부부간의 대화 내용과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하고 패턴을 분석해서 적절한 조언을 하는 싸움 예방기능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기억속에는 다르게 기억할 때도 많다. 그리고 서로가 다르게 저장한 기억 때문에 심하게 싸우는 경우도 많다. 만약 이런 장치가 실제로 구현이 된다면 국가에서는 아마도 신혼 부부들에게 무상으로 지급 할 수도 있고 법원에서는 이혼 숙려 기간 동안 무료로 공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감정조절기는 부부상담을 하는 심리상담가들을 실업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상상이 생각지도 않게 새드엔딩으로 끝이났다.
무던히도 많은 부부간의 충돌을 겪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다. 오늘도 이렇게 라도 말도 안되는 것으로라도 글을 써야 하루를 제대로 보낸 것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 다음에는 좀더 알찬 내용으로 글을 꽉꽉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