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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행사만큼 좋은 클라이언트도 귀하다.

by 송건호

브랜드 에이전시 혹은 인하우스 클라이언트에게 '좋다'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일까? 전략과 성과가 좋고, 수익성이 좋고, 포트폴리오로 의미가 있다고 하면 좋은 것이겠다.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사실 그 상위에는 서로가 핏이 맞는다! 같이 일하기 좋다! 라는 개념이 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렇다. AI가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지만, 향후 1-2년은 많은 툴을 컨트롤하고 잘 활용하는 역할도 에이전트 과도기에 있는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종합 마케팅과 턴 키에 가까운 브랜드 전략을 수행하는 팀과 시스템이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 안에는 단순히 모듈화된 서비스 상품을 제공하는 UX 관점이 아니라, 브랜드 성장을 만드는 종합 전략-수행-인사이트-디벨롭의 빠르고 깊은 순환 과정이 있다.




브랜드 에이전시 시장의 관점에서 마케팅 업을 이어갈 때 든 첫 생각은, 왜 이 돈 받고 일을 해야 하는가? 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저단가 시장은 들어가지 않았고 보다 적은 예산이더라도 종합 마케팅, IMC 등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특히 컨텐츠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마케팅 프로젝트도 많이 수행하고, 초기 단계의 스몰 브랜드나 스타트업도 많이 그로스 결과를 만들었는데. 돌이켜 보면 인하우스와 에이전시가 서로 합이 맞고 소통이 잘 되면 사이즈를 떠나서 진척이 되고 결과가 더 나왔던 것 같다.


지난달 해그로시는 다시 세 군데의 클라이언트가 생겼고, 동시에 두곳의 클라이언트는 연장 의사를 우리도 묻지 않고 마감을 바로 전달했다. 리소스 투자 대비 이익이라던가 포트폴리오로서 성장 경험에 도움이 되는 곳을 선호하는 것도 있지만, 브랜드 간의 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합은 약간의 노력에서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단순히 에이전시가 잘 하고 있는지 검열을 할 것인가? 근본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의논을 할 것인가? 말이다. (여기서 의논을 애초에 하고 싶지 않은 에이전시, 그러니까 시간 낭비로 느껴지는 경우는 제외하고)


보다 중요하고 큰 일을 해내는 결과 뒤에는, 늘 생략하는 많은 고초가 있다. 2-3백만원 입금을 안하고 미루는 곳도 있고, 재작년에는 잠수를 타는 곳도 있었고, 작년에는 계약한 범위를 마음대로 바꾸고 우리 팀 일은 몇 배로 돌발성으로 더 시키면서 중도금이 걸려 있다며 협박하는 곳도 있었다. 최근에는 RFP 없이 또 불러놓고는, 그 자리에 주니어 실무진만 앉아서 궁금한 실무(그로스, 브랜딩, 스케일업, 퍼포먼스)를 물어보고 있더라. 알고 보니 그곳도 대행사였다. 피곤한 일이 참 많기에, 깔끔하게 업무 범위 내에서 이야기가 오가는 클라이언트 자체가 귀하다.


그리고 이제는 필터링을 계속 하다 보니 기본 규모가 있거나 진심으로 찾아주시는 대표님들과만 함께 하고 있다. 문의가 온다고 굳이 전화해서 어필하고 그런 걸 안하고 있다. 어차피 할 곳은 하고, 안 할곳은 안한다. 나는 더 나은 제안을 할 뿐이다.




인하우스 업을 나와 에이전시 포지션에서 몇 년을 또 컨설턴트로서, 대행사 대표로 일을 해보니 브랜드와 마케팅의 업에서 몇 단계 더 성장한 것을 느낀다. 그만큼 건강은, 몇 배의 운동과 식단을 함에도 불구하고 자주 나빠지지만. 이건 나이 때문인가.


인하우스 스타트업 이상으로 에이전시 업은 용병술이 중요한 업종이다. 사람. 사람 잘 만나는 일이 참 귀하다. 클라이언트든 내부 동료들이든. 매우 매우 겸손하고 감사하고 먼저 내어주는 마음으로 살면서도, 가끔 참 냉정해지고 현타가 오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소수 브랜드에 집중하고 남은 리소스는 그로스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나를 믿고 같이 일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다. 이 분들에게 같이 일하면 의미 있는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 기회를 주고, 그 안에서 서로의 역할대로 시너지를 내는 것. 그 즐거움으로 이번주도 보내본다. 어쩔 수 없이 건조한 업무 이야기와 피드백을 많이 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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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브랜드 실무를 한두곳 이상은 직접 안 보고, 컨설팅에만 집중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뜻이 맞는 경영진 분들과만 코칭 과정이 오가고 서로 발전적인 이야기를 가시화하고 있으니.


의미있는 일에만 시간과 역량, 감정과 에너지를 쓰고 싶다. 벌써 다음달이면 페어에서 강연이다. 오늘은 또 내 유튜브 채널 촬영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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