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소소 Dec 12. 2023

< D-day > 엄마의 기도





첫 아이라 골반이 더디 열렸던 탓인지 
본래 허리가 아파서 진통이 허리로 왔던 탓인지

도통 배에 힘주는 법을 모르겠고 힘도 들어가지 않고 아프기만 몇 시간째

출산 후기를 하도 읽어대서 출산의 순서는 달달 외울 정도였지만

실전은 눈앞이 아득해질 때까지 도무지 출산의 순간이 다가오지 않았다.



새벽 1시에 시작된 진통이 30분에서 40분 간격으로

더 진행되지도 않고 잦아들지도 않은 채로 밤을 꼬박 새우다 보내다 보니

나는 물론이고 곁을 지키던 가족들도 지쳐있었다.

때마침 서울로 올라와 계시던 엄마가 신랑을 회사로 보내고 곁에 있기로 했다.



신랑이 출근을 하고 퇴근할 때까지도 아이는 태어나지 못했다.

곁에서 묵묵히.. 거칠지만 따뜻한 손으로 포개어 쥔 엄마가 신랑보다 더 의지됐다.

24시간이 막 지나가던 참이었다.



‘아이고 아가… ‘




다 커서 내 아기가 생긴 나를, 엄마는 아직도 가끔 아가라고 부른다.

진통을 견딜 때 치아를 지키느라 입속으로 말아 넣어 깨문 입술이 하얗게 터지고

끙하고 참지 못하고 괴수가 된 울음소리를 일정 시간 간격으로 내지르는 아이를

24시간을 지켜준 나의 엄마였다.



엄마가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하고 수술을 잡았을 첫 아이 출산.

사람마다 이유가 있고, 상황이 있지만,

원하면 얼마든지 수술로 방향을 바꿀 수 있었을 그때

오로지 의지로 버텨야 하는 진통의 상황에서

엄마와 함께 버텨낸 24시간이

오늘을 살아가는데 하나의 커다란 뿌듯함으로 새겨져 있다.



둘째를 3시간 만에 낳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덕이라고 (찡긋)






그림육아에세이 보러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4년 전 육아일기를 꺼내어 보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