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교통사고

다정한 충돌

by 이연




“엄마, 나 언제쯤 사랑하게 될까?”


성인이 된 어느 날, 나는 불쑥 엄마에게 물었다.
사랑은 어디쯤에 있는 걸까.
인연은 왜 늘, 낯선 곳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야 할까?

일부러 어딘가를 가야만 하는 걸까?
나는 방향도, 시점도 알 수 없는 그 감정을 막막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엄마가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은 교통사고야.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

잠깐 웃음이 났지만, 엄마는 진지했다.


“사고처럼 불시에 찾아오는 게 사랑이야.
어떤 사고는 마음을 크게 다치게 하고,
어떤 건 살짝 스치고 지나가기도 하지.
그건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엄마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 네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야.
언제 사고가 나도 괜찮을 수 있도록,
너를 안에서부터 단단하게 가꾸는 것.”


그 말은 기다리라는 조언이 아니었다.
사랑을 ‘잘 맞이하기 위한 마음’을 준비하라는 이야기였다.


억지로 누군가를 찾기보다,
나 자신을 다듬고, 나의 삶을 튼튼히 쌓으라는 조언.


“너 스스로의 삶을 잘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너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사람이 나타날 거야.
서로 속도를 맞추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함께 가게 되는거지.”


엄마는 운전 이야기를 꺼냈다.
누군가는 빠르게 직진하고,
누군가는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도착이 아니라,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보았느냐는 것.


“조금 돌아가면 어때.
그 길엔 남들에겐 없는
너만의 에피소드가 생길 거야.
그 경험들이 너를 더 깊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설령 아무도 너의 옆자리에 타지 않아도 괜찮아.
혼자 가는 길도, 그 자체로 꽤 멋질 수 있어.
중요한 건 네가 택한 그 길에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것.”
“남의 길을 부러워하며 가는 순간,
인생은 조금씩, 멀어져.”


그날 이후, 나는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속도로, 나만의 길을 걷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어느 날, 내 옆에 조용히 멈춰 설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분명 사랑이라는 이름의
뜻밖의 ‘사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그 충돌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건 어쩌면,
가장 다정한 충돌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