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지능
작년 2월 기자단 수행 통역으로 호주 출장 당시 멜버른 아발론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해 호주를 방문 중이던 한국 블랙이글스 팀을 만났다.
저러다 부딪쳐 사고라도 나는 거 아닌지 마치 내가 조종대라도 잡은 듯 온몸의 근육이 바짝 긴장된 상태로 지켜봤던 곡예에 가까운 놀랍고 멋진 비행을 방금 막 마친 블랙이글스 팀과 기자단이 자리를 함께 했다.
팀원 선발 기준에 대한 질문에 블랙이글스 단장님이 한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1차로 실력이 검증된 후보들을 두 배수, 세 배 수 추린 후 본인들의 참여 의사를 묻고 인성은 어떤지 어떻게 군생활을 하는지 주변에 물어봅니다. 서로 목숨 걸고 같이 비행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갈등이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을 뽑아 놓으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
고도의 기술과 담대함을 요하는 블랙이글스 비행단 선발 요건도 결국은 인성에서 판가름이 난다는 말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언어적 역량이 뛰어난 통역사라고 해도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자기 실력만큼 일을 받지 못한다고 통역계에서도 알려져 있다.
인하우스의 경우 최종 후보로 올라온 이들의 실력은 비슷비슷하다고 보기에 그 사람의 인성이 어떠한가, 팀원으로 같이 잘 융합될 수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말모이도 종종 몇 기에 누구 아느냐고 어떻냐는 평판 문의를 받는다.
동시통역 프리랜서도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다 한들 두 명이 짝을 지어 공기도 잘 통하지 않는 좁디좁은 통역부스에서 릴레이 경주 하듯 서로 도와주고 응원하며 동시를 해야 하는 데 인성이 나쁘면 그 누가 짝을 지어 부스에 들어가고 싶어 할까.
인성이 곧 실력이다.
공감이 곧 지능이다.
다 이유가 있는 말이다.
어느 분야에 있건 기술과 실력만 쌓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성도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