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sian이 제안하는 8가지 Pricing 원칙
Jira, Confluence와 같은 B2B SaaS 제품을 만드는 Atlassian이 운영하는 블로그, <WORK LIFE>에 기고된 글을 번역 및 요약하고 일부를 재해석했다.
SaaS를 만드는 사업기획 담당자로서 내용을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긴다.
[원문 링크: 8 principles to guide your SaaS pricing stragegy]
Summary
1. 일관적이고 투명하며,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가격 모델은 고객의 구매 결정을 쉽게 한다.
2. 스타트업은 사용자당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사용자 수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3.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는 것은 실수가 아니다. 나중에 언제든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
4. 기존 고객에게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경우, 사전에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
5. 여러분만큼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모든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관 부서 간의 많은 논쟁과 설전이 오가는 영역이기도 하다. 재무, 마케팅, 영업, 파트너 등 가격 정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는 셀 수 없이 많고, 심도 깊은 논의가 줄줄이 이어진다.
진화를 거듭한 Atlassian 제품의 가격 정책을 회고해 보면, 우리가 가격과 관련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이슈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중요한 팀원, 즉 '고객'을 최우선에 두었기 때문이다.
2002년 Mike와 Scott이 Jira를 처음 출시했을 때, 그들은 라이선스 가격을 800달러로 설정했다. 시장분석도, 고객 데이터도 없었고, 가격을 책정하는 데 도움을 준 컨설팅 회사도 없었다. 그들은 단순히 모든 잠재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Jira를 제공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Mike에게 당시에 왜 800달러라는 가격이 나왔는지 물었다. 그는 "모르겠다. 막 던지고 실행한 아이디어다. 사실 우리는 800달러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 몇몇 고객에게는 즉시 25% 할인을 제공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Atlassian 초기의 가격 책정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직감에 의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이후로 가격 정책 결정 과정은 확실히 더 복잡해졌다. 그러나 '고객'을 최우선에 둔다는 원칙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면서 공정하게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에 대한 몇 가지 기본 철학을 구축했다. Atlassian이 스타트업이었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취해온 철학을 소개한다.
사업 초기 Jira를 더 많이 판매하고 싶었지만 비즈니스에 제약 사항이 있었다. 2002년 당시 호주에서 IT Tool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었던 우리는 자본금을 확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자본금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영업, 마케팅과 같은 많은 go-to-market 전략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한 가지 원칙에 기반한 셀프서비스 모델(Self-served Model)을 채택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라(Make it easy to start): 누구나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Jira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하라. (Make it easy to buy): 가격과 구매에 필요한 정보는 온라인으로 제공되었으며, 전체 구매 과정은 고객 스스로 진행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만들라.(Make it easy to afford): Jira는 모든 팀에 적합한 가격이었으며 타깃 고객의 예산 내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고객이 직접 온라인에 접속하여 Jira 라이선스를 구매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고객이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RFP, 계약을 위한 협상, PoC(Proof of Concept)등의 고객과 제품 사이에서 도입을 검토할 때 발생하는 많은 일들이 사라졌다. 이 경험은 Atlassian의 가격 책정 원칙 수립에 큰 도움을 주었다
플라이휠(Flywheel) 모델의 핵심은 항상 볼륨(*고객과 사용자 수를 모으는 것)에 최적화하는 것이다. 만족도가 높은 고객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제품에 대해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초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항상 더 중요하다.
시장과 경쟁자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우리는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가 가격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하는 원칙은 사업을 시작한 이래 우리의 신규 고객 수가 전년 대비 매년 성장하고 있는 비결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고객은 당연히 기존 제품과 신제품의 가격을 비교한다. 이때 규모(Size), 단위(Unit), 네이밍(you-name-it) 등 이미 고객에게 익숙한 가격 체계에서 벗어나면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제품의 가격을 가능한 비슷하게 책정한다는 원칙을 "착륙 및 확장(Land & Expand)" 전략의 핵심으로 여긴다.
*Land & Expand 전략: Land는 고객확보를 의미하며, Expand는 추가 제품 판매, 업셀링, 크로스셀링 등을 의미
이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책정한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어긋나지만, 고객이 가격 체계를 이해하고, 예산을 책정할 수 있도록 익숙한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onfluence의 가격을 Jira와 비슷하게 책정함으로써 고객과 우리 모두 엄청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다. 이미 구매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 비용이나 티어(Tier) 구조에 대해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때 고객의 재구매율도 더 높았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다른 가격 구조를 도입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가격 체계는 고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체계의 변경으로 인한 잠재적인 성과가 훨씬 좋을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사이트에서 가격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만약, 가격을 공개하더라도 지금 바로 전화를 걸어 영업 담당자와 상담하면 더 낮은 가격을 보장해 줄 수도 있다. 이는 업계의 관행이지만 이렇게 모호하고 모든 고객에게 공정하지 못한 가격 정책은 Atlassian의 핵심 가치인 "Don't f&$% the customer.(고객을 X 먹이지 마라)"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모든 고객을 공정하게 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Atlassian의 모든 제품에는 할인 및 일회성 가격 협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고객에게 다른 고객보다 더 낮은 요금을 청구하면 고객을 X 먹이는 것이다.
또한, 협상을 통해 더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 고객은 무조건 그렇게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매 과정에 인력이 필요해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이는 불필요한 단계를 만들고 비즈니스 속도를 느리게 한다.
이제 막 회사를 시작했다면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상이 불가능하도록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좋다. 이미 협상에 익숙한 전문 영업팀이 있는 기존 회사라면 그 권한을 없애기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다. 가격 협상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투자 비용으로 치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에 따르면 가격 전략에는 엔트로피가 존재한다. 이를 방치하면 가격 전략은 혼란에 빠진다. 여러분의 회사가 첫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두 번째 제품, 추가 기능, 프리미엄 기능을 잇따라 출시했다. 이 복잡하고 늘어나는 제품 포트폴리오의 가격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고객이 구매할 서비스와 각 서비스에 얼마를 지불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무한하게 주는 것이 맞을까?
여러분의 비즈니스가 비교적 적은 수의 고객을 다루거나 규모가 크고 복잡한 거래가 대부분이라면 가격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하지만 Atlassian과 같이 전통적인 SW 판매 모델이 아닌 다수의 고객을 기반으로 하는 플라이휠(Flywheel)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경우, 해답은 '단순성'에 있다.
10년 동안 제품 포트폴리오의 복잡성을 경험하면서 Atlassian은 에디션(Edition) 기반의 가격 정책을 채택했다. 4가지의 개별 에디션을 우리의 모든 제품에 일관되게 적용한다면 제품의 단순성과 고객 선택의 폭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에디션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Free → 최대 사용자 수 10명으로 제한, 제한된 핵심 기능 세트 제공
Standard → 10명을 초과하는 사용자를 보유한 팀에 동일한 핵심 기능 세트 제공
Premium → 보다 복잡한 사용 사례를 가진 조직을 위한 고급 기능 세트 제공
Enterprise → 추가적인 확장성, 보안 및 정교한 관리 기능 제공
이렇게 되면 고객이 무료 옵션을 선택하든 엔터프라이즈 옵션을 선택하든 제품의 핵심 기능에 모두 접근할 수 있다. 고객이 요구하는(또는 지불하는) 것 이상의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에디션을 구성하면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온라인에서 제품을 쉽게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건 이러한 단순성 덕분이다. 판매량을 최적화하고 싶다면 항상 단순하고 손이 덜 타는 접근 방식을 목표로 해야 한다.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까지는 가격을 제대로 책정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어차피 틀릴 거라면 가격을 너무 비싸게 설정해서 틀린 것보다는 너무 저렴하게 설정해서 틀린 것이 낫다. 예를 들어, Jira의 라이선스 가격이 800달러 던 것을 기억하는가? 만약 더 저렴했으면 어땠을까?
2008년 경기 침체로 모든 비즈니스가 위축되었을 때 Atlassian은 라이선스 가격을 비용 효율적으로 제공하여 조금이나마 잠재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고객이 10명의 사용자를 위해 10달러를 지불하면 그 판매 수익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려는 계획이었다. 우리는 이 계획을 "스타터 플랜"이라고 불렀다. 원래는 일시적인 프로모션으로 계획되었지만, 이 계획은 우리의 비즈니스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즉시, 수천 명의 신규 고객이 이 스타터 플랜을 채택하여 도입했다. 도입 비용 800달러가 부담스러웠던 완전히 새로운 페르소나의 고객들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 대부분은 소규모였지만 대기업 내 팀에서도 스타터 플랜을 채택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이를 통해 고객 기반이 크게 증가하였고 해당 고객을 대상으로 사용자 추가나 다른 제품을 업셀링/크로스셀링 하면서 비즈니스가 크게 성장했다.
이후, 2020년 3월에는 한 가지 더 개선했다. 10달러 요건을 없애고, 사용자 10명까지는 완전히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하룻밤 사이에 제품 가입자가 거의 3배로 증가하였고, 유료 고객도 함께 확대됐다.
회사와 고객이 함께 성장함에 따라,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다.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회사, 적어도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회사는 가격을 올리는 관행이 있다. 일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인상하지만 일부는 하룻밤 사이에 가격을 세 배로 올리는 등 보다 과감한 방식으로 확장한다. 또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버리고 아예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한다.
얼마나 올리든 가격 인상은 일회성 성장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다음 해에도 이러한 성장을 유지하려면 다른 성장 전략을 세우거나 많은 회사가 그러하듯 다시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
Atlassian의 역사를 살펴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가격을 변화시켰다. 몇 년 연속으로 소폭의 가격 인상을 시행한 적도 있고 하룻밤 사이에 가격을 세 배로 인상하기도 했다. 특정 시장에 적합하게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가격 모델을 완전히 변경하기도 했다.
가격 인상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아래 2가지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앞으로 수년간 우리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둘째, 기존 고객층에 가격 변화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고객의 규모에 관계없이 Atlassian은 가격 변동이 있을 때마다 기존 고객에게 도움이 되도록 사전 공지를 충분히 한다. 실제로 아직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고객에게 최대 2년 동안 현재 요금으로 조기 갱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섬세한 사전 공지는 가격 변경 시,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가격 인상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 기간을 제공하면 최소한 고객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조언 외에도 스타트업에서 업계 리더로 성장하면 가격에 대해 외부의 조언을 많이 받는다. Atlassian은 가격 전략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와 컨설턴트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다. 다변량 통계 분석, 수많은 데이터, 유명 로고가 그려진 훌륭한 자료를 제공받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확신을 주었다.
하지만 기억해라. 여러분만큼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회사가 이러한 가격의 변화를 고객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 인상을 숫자로만 설명하면 안 된다. 가격 인상의 이유와 배경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은 제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 그 이상이다. 회사의 가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만약 가격이 갑자기 높아지거나 갑작스럽게 부과되거나 숨은 비용이 있다면 고객은 파트너로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이 더 이상 파트너로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요금을 2년간 유지해 주는 조기 갱신부터 투명한 가격 책정, 시장 침체기의 비용 절감을 도와주는 '스타터 플랜'까지. 변함없는 원칙은 우리가 무엇보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가격 책정 여정은 모두에게 합리적이고 저렴해 보이는 어림잡은 가격에서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었다. 단지 공정한 가격을 목표로 주저 없는 실행이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