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한 May 15. 2024

죽고 싶거든 다시 나를 불러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살아낼 수 있을 거라고 허망하게 죽지 않을 거라고 나는 살 거라고 말해도 너는 믿지 않겠지.


"너는 결국 죽을 걸."


네가 나에게 지껄였어. 몇 번이고 그 말을 했어.


"아니. 나는 살 거야."


내가 아무리 살 거라고, 살고 싶다고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아. 나를 죽음으로 내몰고 싶은 건지, 죽기를 바라는 건지 너는 그 말을 멈추지도 않고 나를 향해 말했어.


"나는 살아낼 거라고."


소리를 질러버렸어. 그 말을 하는 순간 눈물이 울컥 터져 나왔어.


"네가? 살아낼 거라고? 살 수 있을까? 틈이 생길 때마다 죽고 싶어 하는 주제에? 그래서 나를 불러내 놓고서?"


고개를 숙였어.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


"나도 알아..."


나는 무엇을 안다고 말을 했을까. 죽고 싶어 한다는 말에 동조하며 결국 죽을 거라는 걸 인정한 걸까.


"거 봐."


너는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어. 자신의 말이 맞다고 믿으며 나를 삶에서 밀어냈어. 나는 밀려나며 말했어.


"그래도 살 거야."


절벽 끝에 섰어. 너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나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울음을 삼키지 못하는 나를. 얼른 뛰어내리라고 지켜봐 주겠다는 얼굴로.


나는 살고 싶었어. 누구나처럼. 평범하게. 그저 그런 삶이라도 희망했어. 그런데 뒤를 돌았어. 고개를 숙인 내 눈에 보이는 건 절벽 아래 끝없는 낭떠러지. 보이지 않는 허공이었어.


"뭐 해?"


너는 물었고 나는 말을 잃었어.


"멍청하게 있을 거야? 언제까지?"


너는 재촉했어.


'나에게 뭐를 바라는 거야. 나는 살고 싶다고 말했잖아. 다시 뒤돌아 삶의 가운데로 걸어가게 해 줘.'


나는 속으로 말했어.


그저 살고 싶은 것뿐인데, 그게 잘못인 것처럼 너는 내 뒤에 바짝 섰어. 그러고는 내 등에 손을 올렸어. 그대로 힘을 주었지.


너는 그 순간 웃고 있었을까.


나는 그 절벽아래로 떨어져 내렸어. 눈물이 허공에 날렸어. 눈을 감았어. 끝없는 추락이었어. 눈을 떴어. 땅에 내려앉았어. 살아남았어. 이번에도 살아남았어.


나는 이 절벽 아래에서 다시 살아갈 거야. 내가 있던 곳과는 다른 이곳에서 다시 살 거야. 그렇게 다짐을 했어. 그 다짐이 끝나자마자 너는 다시 내 앞에 섰어.


"살아남았네?"


너는 울상을 지었어. 살아남아버린 나를 안타까워하는 것도 같았어. 너는 다시 말했어.


"죽고 싶거든 다시 나를 불러."


나는 답했어.


"응. 그때는 실패하지 않을게."


살고 싶은 마음 따위에 지지 않겠다고 내가 다시 너를 부르는 날에는 나는 정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너를 보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