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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두 호수를 잇는 강 앞에 서서

by Elizabeth Kim

우리 인생은 언제나 흐름 속에 있다. 누구도 자신의 출발점을 선택하지 못하고, 끝의 형태도 알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앞으로 나아간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웃고 울고, 사랑하고 이별하며, 수많은 장면과 이야기를 남긴다. 어떤 날은 물살처럼 거세게 부딪히고, 또 어떤 날은 고요히 스며들 듯 흘러가며, 결국은 더 큰 바다로 이어진다. 인생은 멈춤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흐름 그 자체다.


나이아가라 강은 그 흐름의 비밀을 보여주는 물길이다. 이리호에서 태어나 온타리오호로 이어지는 56킬로미터 남짓한 짧은 강.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길이로 헤아릴 수 없다. 수천 년 전 빙하가 남긴 흔적 위로 형성된 이 강은, 수많은 생명들의 순환을 품었고, 인간의 문명과 전쟁, 사랑과 도전의 무대를 오롯이 기록해 왔다. 짧지만 깊고, 격렬하면서도 잔잔한 이 물줄기는 북미 대륙의 심장을 두드리는 고동과도 같다.




처음 나이아가라 파크웨이를 따라 달렸던 날이 떠오른다. 차창 너머로 강은 끝없이 이어졌고, 그 곁에는 포도밭이 햇살에 반짝였으며, 오래된 작은 마을들이 차분히 자리하고 있었다. 숲은 철새를 품고 있었고, 절벽과 협곡은 물살의 노래에 응답하듯 서 있었다. 강의 숨결을 머금은 바람은 창가로 스며들어 여행자의 얼굴을 스쳤다. 풍경은 흘러가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물은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갔고, 길은 그 물길을 충실히 따랐다. 그 순간, 삶 역시 이와 같음을 깨달은 것 같다. 어떤 날은 폭포처럼 거세게 떨어지며 모든 것을 뒤흔들고, 또 어떤 날은 숲 속 물줄기처럼 잔잔히 흐르며 세상을 감싼다. 결국은 더 거대한 호수, 더 넓은 세계와 만나게 되는 것, 그것이 우리 삶의 본모습이었다.


나이아가라 강은 경이로운 자연의 무대이자, 인간이 남긴 수많은 발자취의 현장이었다. 원주민에게 이 강은 신성한 노래였고, 그들의 신화와 의식 속에서 생명의 원천이었다. 유럽인에게는 탐험과 무역의 길이었으며, 때로는 총성과 불꽃이 오간 전쟁터였다. 오늘의 여행자에게 나이아가라 강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강은 늘 같은 자리에서 흐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강을 따라 걷는 동안 수많은 장면이 마음속에 새겨졌다. 물안개에 젖은 얼굴로 폭포 앞에 서 있던 순간, 굉음 속에서 찾아온 깊은 침묵. 와이너리의 햇살 아래에서 잔을 기울이며 맛본 달콤한 아이스와인의 여운. 협곡의 푸른 물살 위에 드리운 돌다리, 그리고 국경을 넘는 다리 위에서 마주한 낯선 공기. 이 풍경들은 흐름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보여주는 은유였다. 나이아가라는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비추는 살아 있는 이야기였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의 발걸음 대신, 천천히 머무르며 강과 대화하듯 걸었던 시간의 흔적을 담았다. 이리호에서 시작해 온타리오호에 닿는 강의 흐름 속에서 결국 마주한 것은 강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의 흐름이었고, 삶이 남긴 깊은 울림이었다.


그리고 끝내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강처럼 흘러가는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이제, 그 길 위의 흐름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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