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지적일 수도 재미없는 해석일 수도 있으나, 어느 정도 우리는 '저장증후군'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저장. 무미건조한 습관의 연속 같다.옷도 음식도 지식도 사진도 무던히 쌓고 본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적당한 내 의지건 떠밀린 흐름이건 선별 없이 저장하는 것보다 깊이 간직함을 골라내는 게어떨 땐절실해 보인다.저장하는 것들 중 간직되는 건 얼마나 될까? 때론 어떤 편린으로 때론 어떤 추억으로 머릿속에 가슴속에 붙잡혀있겠지만, 간직되는 것들의 끈끈함은 늘 잔잔하고 진한 어떤 시간을 우리에게 내어준다.
그간 살아오며 주옥같던 시간들이 얼마였을까. 옅은 선명함으로 쌓아오고 관망하지 않았을까. 간직하기 위해 사라질 흔적들을 새기는 것은 머무른 시간을 고스란히 누르는 기억을 찍기 위함이다.써먹기 위한 지식도,순간을 담는 사진도 당장의 보여줌 때문에 저장하기 바쁜세상. 저장증후군 시대에서 간직할 무언가를 찾는건, 찾는 것 자체에서 이미 의미가 만들어지고 있을는지모른다.
'척'하며 살아온 내게 그런 간직된 기억의 흔적이 박복하고 순수하지 못한 것은 벌 같은 의미지만, 그럼에도 조금 안쓰러운 건 아이러니한 자책이고 그러려니 한 씁쓸함일까..?..
어쩌면 그래서 오늘도, 어쩌다 걸릴지 모르는 간직될 거리를 바라며나 또한 마구잡이로 저장하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