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집필에 앞서 혐오와 차별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함이다. 혐오(disgust)란,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일컫는 말로 비교적 강한 부정 표현이다. 차별(discrimination)이란, 기본적으로 평등한 지위의 집단을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불평등하게 대우함으로써, 특정집단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통제 형태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혐오와 차별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혐오는 감정의 한 형태이고 차별은 행동의 영역이다. 두 요소 간에는 인과관계가 나타난다.
혐오가 차별을 불러일으킨다.
한 예시로 동성애에 대한 혐오의 감정은 게이(Gay)와 레즈비언(Lesbian)에 대한 차별이라는 행동을 야기한다. 동성애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이 퀴어축제 현장에서 욕설을 하고 인신공격을 하는 등의 차별이란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혐오는 거부감으로부터 출발한다. 무언가를 거부하고 더 나아가 미워하고 싫어하게 된다. 이 점에서 혐오는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특정 존재에 대해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나아가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예컨대 바퀴벌레를 좋아하는 이는 매우 드물 것이다. 누군가는 바퀴벌레를 극도로 혐오해서 눈앞에 나타나면 경기를 일으킨다. 엄밀히 따지면 인간이 바퀴벌레를 무서워할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인간은 바퀴벌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몸집을 갖고 있고 오히려 바퀴벌레는 인간을 보면 도망치기 급급하다. 그런데 인간들은 왜 바퀴벌레를 혐오하고 무서워하는 걸까? 그 이유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퀴벌레가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잘 모르기에 인간들은 바퀴벌레를 혐오하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거부감이라는 감정은 무지(ignorance)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내고 이것이 고착되어 혐오의 감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대부분의 혐오 현상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를테면 ‘맘충’이라는 단어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과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부모들을 일컫는데, 일반적으로 자식을 가진 부모가 해당 단어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즉, 자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만이 공유하는 고충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은 자식 부양의 고충을 모르기에 ‘맘충’이라는 혐오 발언을 일삼는 것이다.
혐오에 기인한 행위인 차별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가령 앞서 언급된 맘충이라는 혐오는 ‘노키즈존(No-Kids Zone)’이라는 차별의 행태로 나타난다. 앞서 언급했듯이 차별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불평등한 대우로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맘충의 사례에 대입할 경우 아이를 대동했다는 이유로 입장을 금지당하는 불평등의 형태로 드러난다.
이와 같은 사례 외에도 차별은 다양한 이유를 근거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차별의 이유인 신분, 민족, 종교, 인종, 성별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나이, 성향 등의 더 많은 종류의 기준을 근거로 차별이 행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