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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 Feb 03. 2024

새로운 업데이트

일상 23, 이제 정리할 시간



드디어 회사에 취업했다. PM으로!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곳인 것 같아 혼신의 힘을 다해 면접에 임한 결과 정말 좋은 답이 나왔다. 합격 소식을 듣기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너무 싫어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또 움직였던 것 같다. 합격소식을 듣는 순간 아, 하고 눈이 번쩍 뜨이면서 세상과 공명하는 듯한 괴이한 감각이 설익게 느껴졌다. 좋은 경험이었다.


사실 그동안 많이 피곤했다. (지금도 피곤하다.)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두 개나 되고, 연애도 해야하고, 가끔 게임도 잊지 않고 들어가 오래 된 길드원들이 잘 지내는지 들여다 보기도 해야하고, 친구들의 경조사를 축하하거나 슬퍼하기도 해야하고, 먼저 나를 떠난 오래전의 내 사랑하는 친구, 외할아버지와 삼촌할아버지가 잠들어 계시는 현충원도 가끔 들러야 했고, 곧 설이니 또 한 번 가서 얼굴도 비춰야하고, 주변 정리도 해야했고, 뭣보다 가족들과 해묵은 신경전을 조금 정리하고 새로운 환경을 찾으려는 발버둥도 쳤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6개월 전에 헤어진 연인을 마음 속에서 완전히 정리했고, 다시 만나게 된 나의 절친이자 약혼자였던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온전히 내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것에 망설임이 없어졌다. 요새는 스터디를 참석하기도 하고, 필사도 다시 해보고, 공부도 하고,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건강검진과 치과치료도 모두 끝내고 갈 생각으로 예약했다. 병원이라 하면 이제 좀 지긋지긋하지만 그래도 이젠 조금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해보고 싶어. 


종종 우울하고 괴로웠고, 아직도 흐린 하늘을 보면 나는 가슴 무너지는 통증을 앓으며 피로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아직 서른, 손가락으로 세어볼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더 허락되어 있어. 웹소설도 써보고, 그냥 하고 싶은거 다 해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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