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 궁금하거나 막연할 때, '아웃바운더' 1기. 허유정님을 만나다
5도2촌. 러스틱 라이프. 한달살기. 로컬 브이로그.... 도시의 삶이 고단하고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들. 이렇게만 보면 로컬은 꽤 핫한 트렌드인 것 같지만 실제로 로컬로 훌쩍 떠나보는 삶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먹고 사는 문제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로컬이 해외의 어떤 도시보다도 더 멀게만 느껴지는 마음의 거리 때문이다.
로컬로 이주를 결정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의 과정을 거쳤을까? 온라인커머스MD이자 워킹맘으로 살던 허유정님은 이 과정을 자기 확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사회생활 10년차의 번아웃과 새로운 도전이 부담스러웠던 그녀는 어떻게 횡성으로 떠날 수 있었는지 만나봤다.
허유정님이 횡성으로 이주를 결정했던 건 서울에서 사회생활 10년차에 접어들던 때였다. 온라인커머스MD로 농식품 판로지원사업을 5년간 진행했던 그녀. 정확히 말하자면 산지에서 제철 농수산물을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가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출산 3주전에도 옥천에서 복숭아를 팔고있을 정도로 워커홀릭이었던 그녀.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는게 성취이자 만족인 그런 삶은 아이를 낳고는 소싱한 상품을 완판시키고, 아이 또한 맛있게 먹을 때 가장 행복했던 워킹맘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스스로를 돌아보니,
아이를 낳기 전처럼 일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어요.
'8시 출근-5시 퇴근-육아맘 복귀'
결과는 당연히 번아웃이었어요.
허유정님은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를 떠올리면 번아웃이 온 엄마와 건강이 약해진 아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는 코로나를 한 번 앓고나더니 호흡기가 약해져, 감기에 걸리면 폐렴으로 이어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조금이라도 심하면 항생제 없이 생활이 힘들었다.
그녀에게도 안식처가 있었으니, 바로 KTX만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횡성. 시댁이 있는 횡성의 맑은 공기에 아이는 거짓말처럼 하루만에 약이 필요없을 정도로 나았다. 결국 이주를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마음을 먹었어도 이주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할지 모른 채 막막한 시간만 흘렀다.
그때 우연히 알고리즘 덕분에(?) 아웃바운더 프로그램을 발견했고, 바로 지원! 그리고 그 선택은 작년에 한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라고 그녀는 두고 두고 말했다.
아웃바운더 프로그램을 통해 횡성으로의 삶을 결심한 배경을 물으니, 한마디로 '자기확신'이란다. 프로그램 중 연사로 만난 젊은협업농장의 정민철 이사님의 한마디가 감명을 주었다고. 로컬에서의 안착에 실패하게 된다해도 그 과정이 '나만의 커리어이자,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공부와 경험이다'라는 말이 그것.
또 삶의 방향성은 같으면서도 직업과 상황이 다양한 사람들과 계획을 발표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며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특히 성장공유회가 기억에 남아요.
아웃바운더는 성장공유회 때
지인을 무료로 초대할 수 있는데,
저는 로컬 이주에 부정적이던
남편을 초대했어요.
남편 앞인데다가,
제 성장 발표 순서는 맨 처음.
굉장히 떨렸지만 그 자리를 통해
남편도 아웃바운더가 되었어요.
혼자 꿈꾸던 이주를 이제는
배우자와 함께 하게 되었구요.
아웃바운더 1기에 합류하며 생긴 다른 변화는 바로 '자신감'. 사회생활 10년차, 무언가 도전하는게 두렵기도 하고 주말 중 하루를 온전히 내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게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이겨내고 프로그램 내에서 '최고성장상'까지 수상했다.
지금은 횡성으로의 이주를 준비하는 계획으로 7도 7촌의 삶을 지내고 있다는 그녀. 아웃바운더 과제 중 하나인 현장탐방을 위해 원래 업무로 알고지내던 지인의 추천과 소개로 횡성의 공무원분을 미리 만난 것이 도움이 컸다고 한다. 횡성에서 취직하면 좋을만한 회사를 추천받기도 하고, 지역주민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질적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고.
그렇지만 짧게는 1박2일, 길게는 4박5일로 찾던 횡성과 이주를 위해 찾은 횡성은 장단점이 명확히 달랐다. 고령화가 빠르고 아이의 또래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던 것. 자주가던 지역 내 카페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며, 횡성에는 자녀 교육에 많은 혜택이 있다는 걸 알고는 그래도 안심이 좀 되었다.
어른이야 적응하면 되지만,
내 아이에게는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까 불안감이 컸어요.
그러나 그 불안함의 답 역시
서울에서는 찾을 수 없단 걸 알기에,
미래까지 걱정하기보다는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했지요.
그래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운전면허 따기! 그녀의 시댁이 있는 청일면은 횡성에서도 외진 곳으로, 마을버스가 하루 3번에 오고 배달음식도 기대할 수 없는 곳. 하지만 도시의 편리함이 차지하던 자리를 비우니, 덕분에 건강이 좋아졌고 마음의 여유가 자리잡힘을 느껴가는 요즘이 행복하다 했다.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 중이다. 오후면 게이트볼장에 아이와 나가서 동네 할아버지들과 공도 치고, 농장에서 직접 수확해온 딸기를 함께 나눠먹기도 하는 일상. 길을 지나다 마주치는 모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와 함께 들르는 가게마다 뭐라도 하나 더 얹어주는 인심을 느끼는 순간들.
그리고 지금은 길가의 트랙터와 지게차가 놀이터가 되고, 여느 교육보다 자연과 마을 주민이 함께하는 이 삶이 아이에게도 사회를 배우는 진짜 교육임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란다.
그녀는 횡성에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떠올렸다. 횡성의 삶은 아이를 키우는 허유정님에게 정말 필요한 마을 그 자체였기 때문. 하지만 하나 둘 없어져가는 학교를 보며 이제는 한 마을을 키우려면 온 아이가 필요하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단다.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부모들이
하나 둘 모여 아이도 함께 키우고
마을도 함께 육성한다면?'
요즘 제가 매일 하는 생각이에요.
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만큼, 어떻게 살아갈지 '삶의 지향점'이 명확해야 삶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도 전했다. 예전엔 육아 때문에 힘들어했다면, 지금은 육아 덕분에 가능한 삶을 꿈꾸며 함께 행복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내 일(Job)과 내일(Tomorrow)을 기획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꼭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해야지만
의미가 있는 인생은 아니잖아요?
팍팍한 서울살이를 하다보면
집도 사야할 것 같고 뒤쳐지면
어쩌나 불안하기 일쑤잖아요.
저처럼 로컬라이프를 꿈꾸는
워킹맘께는 아웃바운더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어요.
주어진 환경(인바운드)을 넘어,
더 나은 삶의 가능성과 기회를 찾아
과감히 살고 있는 환경 밖으로
용기있게 나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아웃바운더’라고 부릅니다.
아웃바운더는 비커넥트랩이 운영하는 'CITY TO LOCAL - 지역 교류 프로그램'입니다.
참가자들은 'CHOOSE YOUR SECOND HOMETOWN!'이라는 슬로건 아래, 가장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지역을 발굴하고, 연고를 맺고, 이주 계획과 그곳에서의 삶을 미리 준비해봅니다. 지역과 청년마을에는 관계인구와 청년인구 유입의 기회가 되기도 하구요.
도시의 틀을 벗어나 나다운 삶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면, 아웃바운더 로컬 라이프 플래닝 워크샵을 살펴보세요. 그럼 비커넥트랩은 앞으로도 아웃바운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이주를 진행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