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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 Nov 22. 2023

히잡을 두르고 오토바이를 모는 소녀

인도네시아 여행기

인도네시아에 여행을 가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모습이다.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조합.


오토바이가 빠르게 달리면 히잡은 더 보란 듯이 날린다.

펄럭펄럭 거리는 히잡 안에는 수줍은 소녀가 아닌, 기개를 가진 한 인간이 있다.


난 그들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신앙이 얼마나 깊은지 하루에 5번을 기도드리고, 먹는 것과 입는 것을 통제받는다.

심지어 관광객인 나는 그들이 기도드리는 시간에 사원에 발도 못 붙인다.

2번이나 갔지만 2번이나 쫓겨났다.


어디에 있든지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향으로 발가락까지 덮는 검은 천을 두르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진지함을 넘어서 두려움까지도 느껴졌다.


그러다 우연히 여행하다가 만난 인도네시아 친구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너는 종교가 뭐야? 하는 물음에 무슬림이라고 답하는 친구.

그녀의 머리에는 히잡이 없었다.


"히잡은 쓰고 싶을 때 쓰고 벗을 수 있는 거야?"

나의 부끄러운 질문


"아니 그 어떤 것도 나를 속박할 수 없어"

우문현답


신앙을 가지고 동시에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걸까.

그들에게 자유로움은 진정 히잡을 벗는 것일까.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자유의 무게.


가끔 나는 자유로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자유로움은 항상 두려움을 동반함을 안다.

어쩌면 둘은 같은 속성일지도 모르겠다.


한 번은 포르투 공항에서 내려서 숙소까지 캐리어를 들고 혼자 걸어간 적이 있었다.

가까운 거리고 늦은 밤이라 택시 타기에는 불가능했고, 고속도로 같은 거리를 차도 없이 나 혼자 걸어갔다.

드르륵드르륵 바퀴가 무섭게 갈리는 소리와 함께 그 고요함을 혼자 견뎌내야 했다.

그때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유함을 느꼈고 소리 질렀다.

정말 두렵다고. 두려운데 자유롭다고 소리 질렀다.

이 경험은 내가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이야기할 때, 자주 꺼내는 이야기이다.


나는 어쩌면 자유의 작은 부분을 경험했을지 모른다.

그때 이후로 나는 자유로움이 항상 좋은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고 산다.


내 인생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받는 월급에서 주는 안정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월급이 쌓일수록 내 인생을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발버둥 칠 것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돈은 나를 행복하게 할 테지만, 결코 자유하다고 할 수 없다.


반면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몸뚱이 하나 비행기에 실어 떠난다면 어떨까?

사람에게 된통 당해보고, 빚도 져보고, 그러다 갑자기 성공 비슷한 무언가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무치는 외로움에, 좌절감과 끊임없이 싸우고 승리해야 할 것이다.


어떤 것이 자유로운 삶일까?


나는 자유로움은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님을 일찍이 느꼈다.


월급쟁이라고 해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월급쟁이들은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꿈을 좇는 사람은 자유롭다.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세상에서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자유.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어느 하나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어떤 색깔의 삶을 살고 싶은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잡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던 소녀들을 보며,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신념을 지켜내는 사람의 용기를 보았다.


나도 용기를 내어야겠다.

참 멀리서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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