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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May 28. 2024

Closure가 필요한 이유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저에게는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정말 둥글둥글한 성격을 가졌던 친구라 저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그 아이를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그 친구가 갑자기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단짝친구로 남을 줄 알았던 친구가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것이었죠. 그 당시 스마트폰이 없을 때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이메일이나 국제통화뿐이었죠. 새벽에 그 친구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울면서 통화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생일에 잊지 않고 생일선물을 보내던 친구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세월이 지나 그 친구가 캐나다에서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저에게 꼭 와달라고 부탁을 했죠. 당연히 가야 하는 결혼식이었습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서 Bridemaid로서 그 친구를 축하해 주었죠. 그러나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채, 그 친구가 이혼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너무 힘들어하는 친구를 그냥 볼 수 없어서 다시 캐나다로 가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캐나다로 가기로 결심했을 때 저 또한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를 여정이 될 수 있기에 각오를 단단히 먹고 캐나다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둘이는 다시 만날 수 있었죠.

하지만 그 친구는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둥글둥글했던 성격이 뽀쪽하고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그간 많은 일을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래도 저에게는 그 친구가 내 유일한 친구였기에 그 친구를 감싸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렇게 1년 정도 그 친구와 함께 살다가 저에게도 새로운 인연이 찾아왔습니다. 저도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새 삶을 시작하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각자의 삶을 위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여전히 그 친구가 소중했고 연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죠. 하지만 그 친구는 아니었나 봅니다. 저와 헤어진 이후로 그 친구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친구의 생사조차도 알 수가 없었죠. 한국에 있는 그 친구의 가족에게도 물어봤지만 어딘가 모르게 뭔가를 숨기고 돌려대며 알려주지 않았죠. 이해합니다. 그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 친구의 위치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나로부터가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그렇게 세상에서 유일한 친구라고 믿었던 친구가 사라졌고 나에게는 더 이상 친구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혼자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친구를 만들 자신이 없었습니다. 너무 외로웠습니다. 남편이 있지만 저는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한동안 너무 외로웠고 혼자된 기분이 들었죠. 그런 외로움 가운데 한국에 있는 외할머니의 소천소식까지 듣게 되었고 코로나로 인해 갈 수없었던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죠. 캐나다의 삶은 저를 더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 자신을 망가뜨릴까 봐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래. Closure.


어쩜 나만의 착각이었는지 모릅니다. 언제나 나의 '베스트'프렌드라고 소개했던 친구였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나 봅니다. 몇 년 동안 그 친구와 연락을 닿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고 더 이상 이로 인해 가슴 아파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젠 정말 안녕이구나. 더 이상 너를 찾으려 하지 않을게. 네가 어디에 있든 널 응원한다. 잘 지내라.


그렇게 6년이 지나고 새로운 친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과연 마음을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했는데 소울 메이트까지는 아니어도 소통할 수 있는 직장동료들이 생겨서 많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인 직장동료가 지난날 자신과 함께 일했던 전 직장동료에게서 몇 년 만에 카톡이 왔다고 말해주더군요. 물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지난 과거의 회상하는 그분의 모습에 공감이 가더군요.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그분이 보여주는 카톡의 대화상대의 사진을 보고 할 말을 잃게 되었죠.

그 대화상대가 바로 제 친구였던 거죠. 저의 동료인 이분이 식당 매니저로 일했을 때 제 친구가 잠깐 그 식당에서 일을 했던 것이었죠. 그 뒤로 다시 한국에 갔다고 하더군요. 지난 6년 동안 캐나다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한국에 다시 돌아가서 살고 있었던 거죠. 다시 말해 그 친구의 가족들은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은 거고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믿기에 괜찮습니다.


그분에게는 나의 존재를 그 친구에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행여나 이분마저 연락이 끊기면 이제는 이 친구의 소식을 알 방법이 없을 테니까요. 처음에 친구를 발견했을 때는 기쁨의 눈물이 났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을 거란걸 알았습니다. 분명 나에게 연락을 안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그저 기대 없이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Closure를 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슴이 더 많이 아팠을 테니까요.


이래서 Closure가 필요한 건가 봅니다. 문을 닫아야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올테니까요.


친구야,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제 안심이 된다. 나는 안다. 네가 왜 네 모습을 감추는지. 시간이 더 지나고 네가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연락해라. 나는 언제든지 문을 열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그래도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꼭 다시 한번 보자. 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고맙다. 우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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