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않고 편안하게>를 읽고
에세이를 읽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수험생이나 취준생 때는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동기부여를 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정식 작가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의 에세이가 쏟아지는 요즘, 특히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겐 특별한 경험이라지만, 그냥 카페에서 친구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랑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에세이를 폄하했던 내 자신을 반성했다. 평범한 직장인이 낸 에세이 한 권보다 데일 카네기나 프랭클린과 같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나 니체나 공자와 같은 철학자의 명언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런 훌륭한 고전일지라도 읽고 느끼는 게 없거나 내 삶에 아무런 동요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내게 그 책은 가치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책장에 꽂혀있어도 자주 펼쳐보거나 읽고싶은 책이 아니라면 이미 의미가 없다. 책 속에 단 한줄이라도 내 고집스런 생각을 바꿔주고 내 삶의 작은 행동이라도 바꾸게 해준다면, 이미 그 책은 충분히 가치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 때, 김수현 작가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정말 편안하게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였다. 아니,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까. 쉽게 읽혔지만 쉬이 넘기지는 못할 한마디들이 많았다.
김수현 작가는 이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로, 전작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당당하고 건강한 나로 살아갈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녀의 4년만의 신작이 여전히 좋은 이유는, 그런 책을 쓴 작가라고 해서 그 방법을 다 지켜가며 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그는 삶에서, 사람들에 치여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에는 그녀가 이미 겪었던 삶의 시행착오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나도 너처럼 그런 적 있어. 그때 난 이렇게 했는데, 넌 어때?” 라고 친구처럼 물어봐주고 조언해주는 것 같았다. 역사속에 훌륭한 사람의 명언 한마디보다 더 귀담아 들을 수 밖에 없는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생각 옆에 내 생각도 같이 덧붙였다. 오랜만에 책에 메모를 하며 적극적으로 읽으니 작가와 대화하면서 읽는다는 게 뭔지 실감났다. 다음번에 다시 이 책을 열었을 때는 또 어떻게 느껴질까. 끄적인 내 마음은 또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