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라서ㅠㅠ
지금은 성인이 된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던 때의 일이다.
우연히 클릭한 인터넷 기사에서 막노동하는 아빠가 자식을 명문대에 보낸 이야기를 봤다.
그 아빠는 독서를 하지 않는 자녀를 위해 본인이 책을 읽고, 내용을 자녀에게 일일이 들려주었다고 했다.
'오, 신박한데?'
자녀교육이라면 누구 못지않게 열심이던 터라 눈이 번쩍 뜨였다.
당장 다음날부터 우리 집 아침 식탁의 풍경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식사를 하고, 난 그 곁에서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평소에 읽으라고 주었지만 잘 읽지 않고 팽개쳐두던 책만 골라서 말이다.
아마 족히 한 학기는 밥상머리 낭독을 이어갔으리라.
읽어줄 책 목록을 정하고, 잘 듣고 있는지 중간중간 확인도 해가며 열심이었다.
한 권 한 권 낭독을 끝낼 때마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힘든 줄도 몰랐다.
하지만 그 뿌듯함은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봄부터 시작된 낭독이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도 이어지자 딸이 속마음을 얘기했다.
"엄마, 밥 먹을 땐 밥만 먹으면 안 돼? 자꾸 책을 읽으니까 체할 것 같아."
"나도, 나도."
믿었던 아들마저 누나 편을 들며 하소연을 한다.
"엄마도 읽어주려면 목 아프고 힘들거든! 그래, 그만두자, 그만둬."
얼결에 성을 내며 밥상머리 낭독은 끝이 났지만, 돌이켜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초보엄마의 그릇된 열성 때문에 밥 한 끼를 편히 먹지 못했다니까.
그렇게 밥상머리 낭독은 끝났지만, 내 열성은 끝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알게 된 수많은 교육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떠먹이느라 정신없이 내 삼사십 대를 다 보냈다.
나도 피곤했고, 아이들도 피곤했을 그 시절......
대학생이 되어 교육 관련 전공을 선택한 아들이 내게 말한다.
대학에 가 여러 친구들을 사귀어 보니, 본인이 얼마나 온실 속 화초였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이다.
수시 입학전형에서 자기소개서에 썼던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가 부끄러울 정도란다.
"길 가다가 웅덩이가 있으면 거기도 푹 빠져봐야 다음에 조심할 텐데요. 엄마는 몇 발자국 앞에 웅덩이가 있는지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며 피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세상을 너무 몰라요."
동아리를 세 개나 가입하고, 과대표에 학생회 활동까지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학생활을 한 아들의 말이다.
남들보다 경험이 부족하니 지금이라도 다양한 활동을 해봐야 한다는 핑계다.
이럴 때면 얼마나 의좋은 남매가 되는지 누나도 동생 편을 들어준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아이들은 완전히 내 손을 떠났다.
엄마 손이 닿지 않는 진짜 세상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고기 낚는 법을 알려줘야지. 넌 왜 자꾸 고기를 잡아서 가시까지 발라 애들 입에 넣어주냐?"
십여 년 전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