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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라기 Jan 31. 2024

고기 낚는 법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라서ㅠㅠ

지금은 성인이 된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던 때의 일이다. 

우연히 클릭한 인터넷 기사에서 막노동하는 아빠가 자식을 명문대에 보낸 이야기를 봤다. 

그 아빠는 독서를 하지 않는 자녀를 위해 본인이 책을 읽고, 내용을 자녀에게 일일이 들려주었다고 했다. 


'오, 신박한데?'

자녀교육이라면 누구 못지않게 열심이던 터라 눈이 번쩍 뜨였다. 

당장 다음날부터 우리 집 아침 식탁의 풍경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식사를 하고, 곁에서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평소에 읽으라고 주었지만 잘 읽지 않고 팽개쳐두던 책만 골라서 말이다. 

아마 족히 한 학기는 밥상머리 낭독을 이어갔으리라. 

읽어줄 책 목록을 정하고, 잘 듣고 있는지 중간중간 확인도 해가며 열심이었다. 

한 권 한 권 낭독을 끝낼 때마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힘든 줄도 몰랐다. 


하지만 그 뿌듯함은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봄부터 시작된 낭독이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도 이어지자 딸이 속마음을 얘기했다.

"엄마, 밥 먹을 땐 밥만 먹으면 안 돼? 자꾸 책을 읽으니까 체할 것 같아."

"나도, 나도."

믿었던 아들마저 누나 편을 들며 하소연을 한다.

"엄마도 읽어주려면 목 아프고 힘들거든! 그래, 그만두자, 그만둬."

얼결에 성을 내며 밥상머리 낭독은 끝이 났지만, 돌이켜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초보엄마의 그릇된 열성 때문에 밥 한 끼를 편히 먹지 못했다니까. 


그렇게 밥상머리 낭독은 끝났지만, 내 열성은 끝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알게 된 수많은 교육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떠먹이느라 정신없이 내 삼사십 대를 다 보냈다. 

나도 피곤했고, 아이들도 피곤했을 그 시절......


대학생이 되어 교육 관련 전공을 선택한 아들이 내게 말한다. 

대학에 여러 친구들을 사귀어 보니, 본인이 얼마나 온실 화초였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이다. 

수시 입학전형에서 자기소개서에 썼던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가 부끄러울 정도란다. 

"길 가다가 웅덩이가 있으면 거기도 푹 빠져봐야 다음에 조심할 텐데요. 엄마는 몇 발자국 앞에 웅덩이가 있는지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며 피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세상을 너무 몰라요."

동아리를 세 개나 가입하고, 과대표에 학생회 활동까지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학생활을 한 아들의 말이다. 

남들보다 경험이 부족하니 지금이라도 다양한 활동을 해봐야 한다는 핑계다. 

이럴 때면 얼마나 의좋은 남매가 되는지 누나도 동생 편을 들어준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아이들은 완전히 내 손을 떠났다. 

엄마 손이 닿지 않는 진짜 세상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고기 낚는 법을 알려줘야지. 넌 왜 자꾸 고기를 잡아서 가시까지 발라 애들 입에 넣어주냐?"

십여 년 전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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