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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gNew Dec 17. 2023

[3] 번역가의 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번역 탱커 스탯 기록부

전 영어 공부하는 것도 좋아했지만 게임하는 것도 되게 좋아해요. 근데 여러 게임을 하지는 않고 한 게임에 빠지면 질릴 때까지 쭉 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요즘 하는 게임은 블리자드 사의 '오버워치'라는 게임입니다. 베타 서비스를 하던 2016년부터 지금 이 날까지 계속 플레이하고 있어요. 너무 재밌어서 도대체 여기에 부은 돈이 얼만지...


보통 어떤 회사를 입사할 때, 그 회사의 홈페이지를 사전에 방문해 보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어떤 프로젝트를 이끌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해 본 적은 없지만 최대한 알 건 알고 가야 면접 때 대화라도 통하니, 일종의 탐색전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 회사에 입사할 때 홈페이지에서 제가 봤던 프로젝트 하나. 'Blizzard'.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도 오버워치를 즐겨 하는 나름 골수(?) 팬이고, 그 전에는 '스타크래프트 2'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서 블리자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을 보고, '아, 여기다!' 싶었습니다. 그 외에 제가 알만 한 게임들도 꽤 많이 진행했던 이력이 있고 업력도 10년 이상 된 곳이라 믿음직스러웠습니다.


며칠 뒤 면접일이 다가왔고, 나름 준비해 간 대로 잘 말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면접관으로 참석하셨던 부장님께서 '게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덕업일치가 되면 참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했더랬죠. 솔직히 그렇잖아요. 좋아하는 거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이런 행복이 어딨겠어요? 그 당찬 답변이 면접관님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며칠 뒤 합격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입사 후 첫 몇 달은 수습 기간이었어요. 수습 기간 동안 정말 다양한 분야의 게임을 번역했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맡았던 프로젝트가 기억이 나네요. 해외 도박 업체에서 만든 룰렛 게임이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VPN 우회를 하지 않고서는 접속할 수 없던 게임이었어요. 도박 게임이기 때문에 관련 용어 몇 개만 알면 쉽게 번역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도박은 진짜 1도 관심 없는데 정말 다양한 용어를 본의 아니게(?) 알게 된 시간이었죠. 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여러 게임의 번역을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인게임 텍스트 번역도 있었고, 어떤 게임 관련 마케팅 자료 번역도 있었어요. 특히 그 중 제가 가장 기대했던 Blizzard 게임도 몇 개 껴 있었습니다. 일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게임의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타자를 두드리는 속도에 맞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었어요.


그렇게 3개월의 수습 기간이 무사히 완료가 되었습니다. 역시 덕업일치는 참 좋은 것이로구나, 생각을 했죠. 수습 기간이 만료되면 보통 그 직원을 정직원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해 회사 측에서도 논의를 하지만, 해당 수습 직원의 의견도 듣습니다. 회사도 그 직원을 파악하지만, 그 직원도 회사를 파악하는 기간이 바로 수습 기간이거든요. 그래서 서로간의 의사를 공유하고 의견이 합치되면 정직원으로 채용이 되거나 아니면 퇴사 절차를 밟게 되죠. 저는 일하는 게 너무 좋았고 그래서 계속 다니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회사 측에서도 즐겁게 일하는 절 보며 '이 사람과는 같이 일해도 되겠다'는 결심이 서셨는지 저에게 정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통보를 해주셨습니다. 두 당사자간 의견이 일치하여 저는 그날부로 정직원이 되었고, 본격적인 번역가의 길을 걷게 될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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