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교다.
나 자신을 믿으며 인생은 나 하기 나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식 걱정이 많으신 어머니는 자식 몰래 사주팔자를 보러 다니셨다.
어머니는 늘 나에게 물과 배가 잘 맞다고 버텨보라 독려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강남의 유명한 역술가가 내 사주팔자를 보더니 '물'과 '철'이 궁합이 잘 맞다고 하였다.
‘물’과 '철'하면 배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 나는 배를 타는 항해사가 될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미신이라며 믿지 않았으나 실제로 나는 뱃멀미를 하지 않는 체질이었다.
또한, 어찌 됐든 이렇게 항해사로 잘 살고 있으니 사주팔자가 맞는 셈이다.
사주팔자는 점을 보는 것과 달리 명리학이라는 나름의 통계학이기에 내 기준에선 좀 더 신빙성이 있다.
결과론 적이지만 "맞다 맞다" 생각하니 진짜로 맞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위로부터 3년이 지나고,
나는 혼자서 동네에 사주팔자를 보러 갔다.
나는 의심이 많은지라 지난 일이 운명이 아닌 우연이라 생각했다.
이번에 나는 직업도 환경도 철저히 숨긴 채 사주팔자를 보았다.
내 이름, 태어난 시간까지... 그분은 꼼꼼히 살펴보시더니 내게 했던 첫 말이 기억난다.
"손님의 사주 아래엔 수룡이 있습니다.
그래서 물이나 물류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게 좋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직업에 관한 얘기는 일절 말한 적이 없는데 물과 관련된 사주를 얘기하니 이것이 진정 내 운명인가 믿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사실 이것 말고도 많은 부분을 소름 돋게 맞췄다.
친 형에겐 지금 전공은 맞지 않으며 위계질서가 있는 곳이 잘 맞는다는 얘기.
; 실제로 형은 군대를 다녀온 뒤 군무원이 되고 싶다며 채용 시험을 알아봤다.
나는 종교, 미신, 사주등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는다.
그저 가끔 머릿속이 걱정으로 가득 찰 때면 조언 삼아 가는 정도이다.
결국, 운명이든 뭐든 나는 될 것이라 믿고 행동했기에 된 것이다.
그럼에도 우연인지 기연인지 참 알쏭달쏭한 나의 사주팔자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