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쓸신팝 Jul 30. 2024

[엔시티 127] 그들만의 장르, NCT 127

출처 NCT 127 X
Track 1. Intro: Wall to Wall


올해로 데뷔 9년 차가 된 엔시티 127이 그동안 쉬지 않고 걸어온 길, 또한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포부를 담은 곡. 인트로 곡으로서 앨범에 실린 다양한 매력을 미리 느낄 수 있다.

미니멀한 트랙과 비교적 느린 템포에도 불구하고, 공간감이 가득한 사운드 속에서 강렬한 래핑과 소울풀한 보컬이 귀를 사로잡고 가스펠 사운드가 곡에 웅장함을 더해준다.

“Orange 밤의 Seoul”과 같은 앨범 수록곡 제목을 가사에 넣어 엔시티 127만의 색깔을 드러냈으며, [Walk]라는 앨범명을 통해 타이틀 곡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풀어냈다.

또한 “나는 언제 어디든 나로 존재하길", "내게 주저하길 권해도 버튼이 없지 난 On and off", "그 누구도 나를 못 대신해 난 더 크게 올리지 Decibel, One and only 127 everywhere", "너와 내가 이걸 가능하게 해 yeah"와 같은 가사로, 그동안 엔시티 127이 걸어온 '네오'한 컨셉과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엔시티 127은 그동안 케이팝 씬에서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이고 새로운 음악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그들만의 길을 개척해 왔다. 호불호가 갈리고, 어쩌면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들에 긍정적인 반응들만 보였던 것은 아니지만, 그에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들의 모습이 곡에 담겨 있다. 앞으로도 자신들만의 색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아갈 엔시티 127의 포부를 엿볼 수 있다.



Track 2. 삐그덕 (Walk)

심벌 사운드와 더블링된 보컬로 가볍게 시작하며, 메트로놈처럼 정확한 베이스가 촘촘하게 박자를 잡아준다. 벌스로 넘어가면서 고조되는 느낌을 주는 사운드는 곡의 상승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묵직한 붐뱁 스타일의 드럼은 2000년대 초 힙합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며, 복잡하지 않은 트랙 구조를 유지한다. 각 파트가 시작될 때마다 강박에 심벌이 등장하며 포인트를 만들어주고, 인트로 곡에 이어 이 곡에서도 가스펠 사운드가 뒤를 받쳐 웅장한 분위기를 더한다.

곡 중간중간에 추임새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1절 벌스 끝부분 가사를 다 같이 외치며 팀워크와 크루의 단합을 연상시키는 연출이 돋보인다. “원래 내 일이 Chill”이라는 가사에서는 엔시티 127의 팀명을 넣는 디테일, "걸음걸이 고-장난 버린 듯이"와 "걸음걸이 고장 난-듯이"의 박자 디테일을 다르게 해 같은 가사에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댄스 브레이크 이후 몰아치는 보컬 파트에서는 멤버들의 뛰어난 테크닉이 돋보이며, 코러스 중간에 등장하는 초고음 파트 역시 인상적이다.

이 곡은 엔시티 127의 꾸준한 발전과 독보적인 음악적 행보를 보여주는 트랙으로, 비록 누군가는 이들의 모습을 '삐그덕'댄다고 말할지 몰라도, 엔시티 127은 그들만의 길을 꾸준히 걸으며 독보적인 모습을 만들어왔다. 이 곡은 앞으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걸어갈 엔시티 127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담고 있다.



Track 3. No Clue

랩 파트로 시작하는 이 곡은 곧 신비로우면서도 청량한 분위기로 전환된다. 공간감이 돋보이며, 일정한 베이스 리듬과 첫 박에서 강박을 준다는 특징이 있다. 드럼 비트는 적당히 쪼개져 리드미컬한 느낌을 주며, 보컬 파트에서는 드럼 사운드를 줄이고 클랩 사운드 등을 활용한다.

곡 전반적으로 랩과 보컬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랩 파트는 절제되고 정제된 느낌을 주는 반면, 보컬 파트에서는 감미로운 피아노와 고음이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깔끔하고 공간감이 느껴지는 사운드. 주로 한 음정을 몇 박씩 끌며 보컬과 함께 곡의 매력을 더한다.

강렬한 포인트는 없지만, 보컬과 랩의 대비가 잘 어우러지고 깔끔하고 균형 잡힌 사운드로 전체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준다.



출처 NCT 127 X
Track 4. 오렌지색 물감 (Orange Seoul)

진한 색소폰 사운드가 재지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 곡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느낌과 장면이 떠오른다. 피아노 사운드 역시 재지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랩 파트는 던지듯이 연출되어 에너제틱하면서도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그 뒤로 이어지는 가성의 보컬은 곡의 여유로움을 배가시키며, 추임새 또한 에너지를 더해 여유로우면서도 쳐지지 않는다.

곡의 베이스 라인은 무겁지 않으며, 뒤로 갈수록 보컬의 테크닉이 두드러져 서울의 화려한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전체적으로 악기와 랩-보컬 파트의 밸런스가 잘 맞고, 랩과 보컬 모두 강약, 완급 조절이 잘 되어 곡의 완성도를 높인다.

서울 경도를 뜻하는 ‘127’이 팀명에 포함된 만큼, 이 곡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팀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며 서울 하늘 아래 펼쳐지는 따뜻하면서도 화려한 저녁노을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Track 5. Pricey

도입부는 자신감 넘치는 워킹을 연상시키는 리듬으로 시작된다. 전반적으로 이 리듬이 깔리며, 프리코러스에서는 리듬이 잠시 빠지며 곡의 전개에 변화를 준다. 곡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트랙이 하나씩 추가되며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피아노 사운드는 재지한 느낌을 주며, 다양한 연출로 화려함을 더한다.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클랩 사운드는 유쾌한 느낌을 추가하여 곡의 경쾌함을 더욱 부각 시킨다. 저음 베이스 위에 피아노가 얹히고, 그 위로 비교적 가벼운 느낌의 비트는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균형 있게 유지 시켜준다. 또한, 추임새와 다양한 효과음이 적절히 배치되어 곡의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Track 8. Rain Drop

계속해서 등장하는 다양한 플룻 사운드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가벼운 사운드를 구현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피아노 사운드 역시 스케일처럼 등장해 곡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한편, 보컬과 함께 등장하며 딥한 느낌의 포인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플룻은 다운 스케일, 피아노는 업 스케일로 등장하며 대조적인 느낌을 주는 등 한 가지 악기로 각각 다 다른 느낌의 사운드를 들려주며 여러 가지 사운드를 보여준다. 재지한 느낌이 나는 베이스 라인 위에 이 모든 사운드가 어우러져 곡에 다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타이틀 곡에 이어 올드스쿨 바이브를 이어가는 곡으로, 앨범의 유기적인 느낌을 완성해 준다.



출처 NCT 127 X
Track 9. Gas

도입부의 웅장한 저음의 신스 호른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고, ‘Stop’이라는 가사와 함께 보컬을 제외한 모든 사운드가 순간 멈추며 주의를 집중시킨다. 다양한 효과음과 추임새가 그 사이를 빈틈없이 채우며 곡에 입체감을 준다. 또한 ‘Gas’라는 가사를 계속해서 반복하면서도 그 위로 각각 다른 멤버의 보컬이 진행되면서 지루함 없이 조화롭게 곡을 이어간다. 묵직한 베이스는 곡의 중심을 잡아주고, 비트는 갈수록 잘게 쪼개져 템포를 더 앞으로 빠르게 당겨준다.[ㅜㅇ

브릿지에서는 분위기가 전환되며 공간감과 함께 사뭇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점차 템포가 빨라지며 가사 내용처럼 빠르게 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곡의 후반부에서는 멤버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애드리브와 화려한 하이라이트가 더해져,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힙합 베이스의 리듬 위로 파워와 긴장감이 느껴지는 곡으로, 리드미컬함이 강조된다. NCT 127 특유의 에너지와 개성이 잘 녹아들어 있다.



Track 11. 사랑한다는 말의 뜻을 알아가자 (Meaning of Love)

어쿠스틱 기타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매력이 함께하는 이 곡은 영어 가사 없이 한글 가사로만 이루어져 있다. 장난스러운 느낌과 풍성하면서도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화음이 특징이다.

‘가족과 남, 친구 사이, 너와 나’라는 가사는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팬과 가수의 관계를 나타내며 일상적인 표현들로 소중한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또한, ‘초록 꽃 한 송이를 사’와 ‘두 손에는 라임과 샴페인’이라는 가사로 NCT 공식 색상인 펄 네오 샴페인을 뜻하는 디테일한 표현으로 팬송을 꾸며냈다.

앨범 전체의 색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쉽지 않았던 엔시티 127만의 길을 함께 걸어준 팬들을 위한 곡으로 생각하면, 이 앨범에서 가장 주제를 관통하는 곡이 아닐까 싶다.



출처 NCT 127 X
그룹 정체성을 가득 담아낸 앨범

[WALK]는 엔시티 127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담은 정규 6집 앨범으로, 대중들에게 낯설게 느껴졌던 도전적인 음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자신들의 길을 걸어온 스토리 그 자체를 담아냈다. 그룹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앨범인 만큼 유기성도 놓치지 않았다. 올드스쿨 바이브를 기반으로 한 힙합 장르의 곡들과 세련되면서도 재지한 사운드의 곡들이 트랙 곳곳에 배치되어,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면서도 일관된 앨범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팀명에 서울의 경도 ‘127’이 포함된 만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팀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서울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요소들이 앨범의 각 트랙과 전반적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며, 서울의 에너지를 표현한 곡들과 도시적인 감각이 담긴 사운드는 친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온다.


이전 정규 앨범의 타이틀이었던 4집 ‘질주 (2 Baddies)’, 5집 ‘ Fact Check (불가사의; 不可思議)’와 비교해 본다면, 웅장함과 묵직함을 덜어내고 좀 더 캐치함과 중독성 있는 스타일로 변화했다. 전작들에 비해 숏폼에 어울리는 후렴을 사용함으로써 대중성에도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강렬함과 묵직함이 무기였던 전작들과 달리 오히려 가벼운 비트를 사용함으로써 엔시티 127만의 올드스쿨 힙합을 완성해 냈다.

더불어, 앨범 내에는 타이틀 곡 후보로 고려되었던 두 곡이 포함되어 있다. 바로 3번 트랙의 ‘No Clue’와 9번 트랙의 ‘Gas’다. 이 두 곡은 타이틀 곡 후보였던 만큼,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니 더욱 집중해서 들어봐도 좋겠다.


최근 리더 태용을 시작으로 군백기가 시작되어 향후 몇 년간은 완전체 엔시티 127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에서 방향성과 의지, 성장을 엿볼 수 있기에 앞으로의 행보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케이팝 씬에서 독창적인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그들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음악적 시도와 무대를 선보일지 기대가 크다.




-written by. B-

매거진의 이전글 21세기 New Evolut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