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경계
어제 검사 결과를 보러 서울대 병원에 형님 내외랑 다녀오다. 아침 6시에 지하주차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어 5시부터 일어났다. 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어떤 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확인받고 왔다.
남편이 어제는 제법 정신이 또렷하더니 오늘 아침은 언어장애가 심하다. 기억도 현저하게 떨어져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지 못하고 버벅댄다. 소리도 잘 안 들리는지 말을 걸어도 무반응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의 입에 지퍼를 올린 것처럼. 그런 남편의 모습도 그 어느 때보다 침울해 보인다. 잃을 것만 남았다는 듯이.
남편은 나중에 시간 여유가 있으면 듣겠다고 바흐와 모차르트의 CD 세트를 거금을 들여 사 놓았다. 요즘 나는 시간 나는 대로 남편에게 그것들을 틀어주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바흐의 선율이 싫은지 듣고 싶지 않다고 오디오를 꺼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게 귀찮은 모양이다.
세상의 이곳과 저곳의 경계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지금 남편은 그 경계선에 걸쳐 있는 것일까. 이곳이 있으니 저곳이 정말 있기는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남편과의 사별과 그 이후의 세계를. 심장이 죽어가는 것 같다.(2011년 1월 19일 수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