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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Apr 02. 2024

간병일기 51

300원

300원


오늘 남편과 길병원 가정의학과를 방문했다. 남편의 병 진행 사항과 추후 계획을 상의하고 왔다. 심장센터 8층에 있는 호스티스 병동에 가서 간호사와 상담을 하고 일반병동과 다를 바 없는 병실을 둘러보고 왔다. 남편이 이 병실로 옮겨올 수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남편과 관계된 모든 일은 너무 이른 것 같으면서 또한, 너무 늦은 것 같기만 하다. 남편도 누워 있는 저 사람들처럼 침대 한 칸을 차지하며 시간을 보내야하겠지. 마음이 혼란스럽다. 이제는 집에서 지낼 날도 많지 않구나.


호스티스 병동을 돌아보고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길병원 로비로 갔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먹었는지 캔을 들고 있었다. 아주버니랑 로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대뜸 나에게 다가와 병원비 300원을 냈냐고 물었다. 웬 병원비가 300원일까? 남편의 물음에 나는 벙 떴다. 그러다가 음료수 뽑고 남은 제 수중의 잔돈을 병원비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물어온 것을 알았다. 300원, 이 300원 때문에 내가 두고두고 가슴 아파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300원이라는 돈이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리라는 것을.


남편이 걷고 행동하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어 문제의 심각성을 망각하고 있다가 오늘 다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영영 갈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병원행을 준비할 정도이고 못 들을 말도 아닌데 그렇다.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직 멀었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닥친 일임에도 안일하게 거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집을 떠나 병원으로 들어가면 그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겠지. 나의 뇌리에서는 너무 많은 진도가 나아가고 있다.(2011년 1월 21일 금요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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