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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Apr 21. 2024

간병일기 53

중환자실 면회

중환자실 면회


남편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의사 말에 그에게 지상에 남아있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될지를 가늠하게 된다. 며칠 버텨주면 고맙겠는데 그러지 않고 갑작스럽게 가버린다면 어떡하지. 마음의 준비를 수도 없이 했는데 그것이 정말 현실이 되는 시점이 된 것일까. 마음이 한없이 불안하고 두렵다. 


어제 오전 면회 때 가서 본 남편은 몹시나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담당 간호사가 남편이 잠을 못 잔다고 했는데 그의 두 눈동자에 붉은 핏발이 서 있었다. 그런 눈동자라도 담아두려고 들여다보고 있자니 내 눈까지 쓰라린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기력이 없는지 눈을 감고 말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발 놀림도 심했다. 간호사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고통에 대한 자각증세인지 무의식적인 행동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일요일이라 친정 식구들과 남편 친구 상수 씨를 비롯한 지인들 몇이 면회를 왔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과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것인데 더러는 얼굴을 보고 더러는 못 보겠다고 중환자실 문밖을 지켰다. 오후 면회 때부터 콧줄로 유동식이 투여된다고 하더니 점심 때부터 먹기 시작하였고 한다. 오전보다 손발 놀림은 덜했다. 오전 면회 때에는 잡은 손을 놓지 않아서 조금은 안심이 됐는데 저녁 면회 때는 잡은 손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손을 들어올리자 스르르 떨어뜨렸다.


남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있었는데 열이 났던 모양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피검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남편의 모습이 너무 고통스러워 보여 연명하기 위해 인공적인 장치를 주렁주렁 달고 있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고상한 죽음의 형태라는 것은 관념에나 있는 것이리라.  결국 사람의 죽음은 이런 수순을 밟고 가는 것이리라. 어쨌든 그가 이승에서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이 마음을 헤아려주면 좋겠다.


아픈 사람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온몸으로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남편은 얼마나 힘겨울까. 어떻게라도 그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살다가 앞이 안 보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건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이보다 절망스러운 적은 없었다.


인간사 허망하기는 입으로 들이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 길로 저승길이라는 것. 인공 산소 호흡기를 달아주고 고통을 받도록 하는 이것이 사람이 할 짓인지 여전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 떼어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 보내야할 때가 멀지 않았다고 하는데 마음은 여전히 남편을 부여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내일 오전 면회 때 당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당신의 상태에 따라 하루가 일희일비하게 된다.(2011년 1월 24일 월 오전 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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