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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기웃거리다 55

기다림

by 인상파

기다림


흘러가는 것은

결국 흘러간다.


기다림밖에 없다고 하니

기다리지 말고 기다리자.


가지 않는 것은 없으니

기다림도 때가 되면 올 것이다.

그러니 기다리지 말자.


기다림이란

별빛만큼 아득했다가

햇볕에 내려앉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붙잡히니,


기다림 뒤로

또 다른 기다림이 줄을 서고


기다리다 보면

기다림이 기다려져


기다림으로 왔다가

기다림으로 오지 않는다.


어머니가 급성 허리 골절로 입원하시게 되자 간병을 맡게 되었다. 치료도 회복도 모두 시간이 해야 할 일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 시간을 통과하는 것뿐이다. 조급하게 기다린다고 해서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도 아니고, 기다림을 외면한다고 해서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다리지 말고 기다리는 일, 그것밖에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졸이며 시간을 재촉하지도 말 것이며, 기다림을 피하거나 밀어내지도 말 것이며, 주어진 시간을 건널 수밖에 없다는 것.

기다림이란 우리가 붙잡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것임을 어머니를 간병하는 병실에서 절실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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