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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기 Oct 22. 2015

‘저녁 있는 삶’이  비정상이 되어버린 사회

[한국 문화와 HR]

LA에서는 오후 3시 반부터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퇴근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나오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만 회사에서 보내면 되는 Flexible Time이 대부분의 직장에서 정착이 되어 있고, ‘실제로’ 실행이 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선택’ 하는 미국의 샐러리맨


물론 미국에서도 컨설팅, 투자은행, 사모펀드, 로펌(law firm) 등은 물론, 일반 직장에서도 한국 직장인들 이상으로 오래, 더 치열하게 일하는 샐러리맨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직장인들의 행복도 및 ‘일과 삶의 균형’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선택’ 할 수 있는 자유인 것 같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보직을 받거나 임원이 되고 싶어하는 한국의 샐러리맨과는 다르게 미국 사람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승진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일 처리가 빠르고, 나름대로 눈치도 있으며 대인관계도 좋은 직원을 승진시키려 했더니 거부를 해서 당황했다는 주재원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온갖 생색을 내면서 승진을 시켜주면 고마워하면서 크게 한턱을 내는 게 당연한 문화인데, 미국에서는 ‘몇 안 되는’ 일 잘하고 똑똑한 직원들을 Manger 역할을 맡아달라고 오히려 부탁을 해야 하니 말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구직 사이트인 CareerBuilder가 3,625명의 설문을 받은 결과 미국 직장인의 34% 만이 리더십(부장 이상) 역할을 하고 싶어 했고, 7% 만이 C-Level(고위 임원급)이 되기를 희망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업무/직무에 만족해서'(52%) 였고, 그 다음이 ‘일과 삶의 균형'(34%) 때문이였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획일적인 ‘성공’의 잣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높은 직위나 ‘일과 삶의 균형’ 등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성공’을 선택하고, 회사는 그것을 받아들일 여유가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한국 기업들은 어떠할까?



미국에서의 한국 기업의 모습


“은책임님, 교육을 일찍 끝내줬으면 하는데요.
3시반에 퇴근하는 직원들이 있어서요.”


한국 회사원의 관점으로는 칼퇴근족인 내 시각에서도 3시 반 퇴근은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근면과 성실, 즉 ‘많이 오래 일하는 것’이 미덕인 한국 기업의 시각에서는 어떨까?


여러 사례나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런 문화를 존중해 주기 보다는 이들의 입장에서 ‘정상적’인 일과 삶의 조화를 무시하고 ‘비정상적’인, 즉 ‘한국식’의 방식을 요구함으로써 많은 문제점들을 불러오고 있다.

<이코노미조선 2014년 9월 기사>

국내 기업들에 대한 평판은 박한 편이다. 삼성전자의 글라스도어에서의 평점은 불과 3.1점. 경쟁사인 애플(3.9점)은 물론 당시 리스트에 있던 기업들의 평균(3.6점)에도 못 미친다. LG전자 (3.1점), 현대그룹(3.3점), SK하이닉스(2.6점)의 평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한국 기업이 낮은 평점을 받는 공통된 원인은 ‘야근’으로 대표되는 과도한 업무량이었다. ‘개인적인 삶은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을 제 시간에 끝낼 수 없다’는 식의 코멘트는 다반사고, 심지어 ‘무기력하게 일만 하는 좀비 월드’라는 극단적인 혹평도 볼 수 있었다. 경영진의 능력 부재를 지적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아래 직원이 의사 결정에 개입하기 힘든 수직적인 구조와 직원 복지에 무관심한 임원진을 꼬집는 글이 특히 많았다.
* 글라스도어(www.glassdoor.com): 전/현직 직원이 해당 직장에 대한 평판을 적는 웹사이트


작년에 이어 지난달에 미국법인 직원들 교육을 하면서 기업문화에 대한 토론과 설문을 실시했다. 그들의 의견들도 위에 글레스도어에 나왔던 반응들과 흡사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은 미국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영국, 중국 등의 임직원들도 ‘비정상적’인 한국의 경영방식과 기업문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한국 기업들을 매력적인 직장으로 보고 있지 않다.


[한국문화와 HR] 주재원 선발의 문제점과 해외 교포들의 피해

각 국가 및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에 가장 적절하게 customize하여 경영을 하고 실적을 취합하기 보다는 본사에서 하던,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비상식적인 데드라인과 구성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경영방식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선택권이 없는 한국 샐러리맨의 비애


한국에서 매일 칼퇴근을 할 수 있는 직장은 드물다. 그러한 훌륭한 직장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샐러리맨이 다니는 ‘일반적’, 또는 ‘장상적’인 직장에서 정시에 퇴근을 하면 ‘비정상’이 되는 게 현실이다. 회사 내에서 인정을 받고, 속히 ‘잘나가기’ 위해서는 야근 및 주말출근 등, ‘비정상적인 삶’이 필요조건이 되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절대적인 근무시간과 무조건적인 충성이 한국 대기업의 사다리를 오르는데 필수라는 것을 깨달은 후, 나는 그 게임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직속 상사는 물론 임원들에게도 나의 목소리를 높였고, 업무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했고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야근과 주말근무는 되도록이면 하지 않았다.


문제는 게임에서 빠졌다고, 나는 이 조직에서 계속 승진을 하고 좋은 평가/고과를 받기보다는 가족들과의 시간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상사와 동료들로부터의 ‘압력'(peer pressure)이 있다. 한국에서 획일적으로 정해진 ‘성공’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의 행복을 택한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 안 하는 놈’, ‘충성도 떨어지는 놈’, ‘언젠가 회사 옮길 놈’으로 낙인 찍히기 마련이다.


조직 충성도와 가정 충성도는 반비례


나를 희생정신이 없다고,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하는 회사동료들과 상사도 분명 많을 것이다. 특히 나의 상사들은 집단주의에 반하는 나의 행동들과 발언들로 인해 본인과 부서가 남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에 충성하는 것과 가정에 충실한 것은 반비례 한다고 생각한다.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하면 당연히 아이들이나 배우자에게 부실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직장과 가족 중에 무엇이 더 소중한가?


지금 한국의 회사가 암묵적으로 야근을 강요하는 것은 임직원의 삶을 담보로 성과를 키우라는 거다. 일과 삶의 조화를 존중하는 외국의 회사들과 공정한 싸움이 아니다. 심지어 장기적으로는 실적과 기업 경쟁력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임직원들 가족을 인질로 잡고 매일매일의 ‘삶’을 빼앗아가는 짓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임직원들도 바뀌어야 한다. 늦게 퇴근하기 치킨게임은 이제 그만하고 눈치보고 있지 말고 용기를 내서 ‘나부터’ 퇴근을 한번 해보자. 아니면, 최소한 일찍 퇴근하는 직원들을 펌하하지 말아주길. 먼 훗날 본인들 자녀가 취직을 해서 저녁 있는 삶을 살기 원한다면 말이다.


<마음껏 퍼가 주세요. 다만 출처는 꼭 밝혀 주세요!>

***

<About 은진기>

저는 오랫동안 속삭이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억대 연봉과 훌륭한 복지를 제공하던 안정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나와 잡플래닛에서 커리어 컨설턴트로 활약 중입니다. 직장인과 기업의 발전과 행복에 기여하는 것을 Mission으로 삼고, 커리어, 기업문화와 HR을 주재로 Blog을 운영하며 국내외 미디어에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계기업, 대기업, 컨설팅사, 스타트업 및 글로벌 헤드헌팅사에서 직접 격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실질적인 커리어 관련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커리어 방향 설정, 퇴사/이직 등의 고민, MBA/석사 관련 궁금증, 이력서/자소서 작성, 한국어/영어 면접 준비 및 직장생활 관련 고민 등, 커리어 관련 주제로 컨설팅을 원하시면 jinki.eun@jobplanet.com 또는 카톡(ID: jinkieun)으로 연락 주십시오. 


경력

-      현 Jobplanet 커리어 컨설턴트

-      전 Spring Professional(글로벌 헤드헌팅사) Senior Consultant

-      전 삼성화재 경영기획팀 과장, 인사팀 책임

-      전 Otsuka International 영문기자 및 사내홍보 사원

-      국내대기업, 외국계 기업, 중견기업 등, 30개국의 3,000명의 넘는 국내외 인력들에게 교육/컨설팅 진행

-      커리어, 이문화, 한국의 교육, 기업문화관련 강의 및 블로그 운영 www.jinkieun.com

학력

-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MBA (HR/전략Focus)

-      Rutgers University 사회학 학사 (심리학 부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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