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학이 싫었다.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고 성적도 시원치 않았다. 내 머리가 문과 쪽으로 발달을 해서 그런지 나는 ‘숫자’가 들어간 모든 과목들이 싫었다. 한국에서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미국 고등학교로 입학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수학이 너무 쉬웠다. 심지어 성적이 잘 나오니 재미있기 까지 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한국 중학교 때 이미 다 배웠기 때문이었다. 배웠 다기 보다는 정답을 찾는 방법을 익혔다는 표현이 더 올바를 것이다.
이것은 20년 전 이야기이다. 예전에도 이렇게 쓸데 없이 빠르게 수업 진도가 나갔지만 지금의 한국에서는 선행학습이라는 이름 하에 수 많은 초등학생들이 중학교 과정을, 중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학습하고 있다. 유치원생들조차 미리 배우지 않으면 초등학교 들어가면 수업을 따라 잡을 수 없다며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선행 학습을 시키고 있다. 결국 학생, 부모, 교사들은 피해자이고 학원들 배만 배불리는 꼴이다.
최근에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에 하버드 이과생들이 한국 고등학교 입시학원을 방문하여 극한 문제 풀기에 도전하여 10분동안 헤매고 정답도 틀렸지만, 한국 학생들은 고등학교 2학년때 학교에서 배운 쉬운 문제라며 척척 풀어낸 것을 보면 그 차이를 실감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블로그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교육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빨리빨리’ 보다는 그 학년에 ‘적합하게’, 그리고 ‘문제 푸는 방식’, ‘획일적인 정답’만을 찾는 암기식 위주 보다는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을 키우고, 학습하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말이다.
[한국 VS 미국 교육]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한국 학생들
우리나라 교육을 대표하는 ‘입시위주 교육’과 ‘주입식 교육’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교육은 각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적성과 흥미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보다는 획일적인 잣대로 대학교 입학을 위한 시험성적 만들기를 최고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러한 획일화된 교육은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물론, 본인의 장단점과 적성에 대해 고민할 기회와 다양한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박탈한다.
직장에서도 이어지는 빨리빨리 대한민국
미국, 베트남, 런던, 인도네시아,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외국인들에 대한 이문화 교육을 해 왔다. 한국에서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는 임직원들도 ‘빨리빨리’ 라는 단어는 알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긴장감 있게 빠르게 움직이는 한국 임직원들을 보며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나 역시 한국 회사를 다니면서 정말 놀라왔던 점은 오래 전부터 주도 면밀하게 계획한다는 점과 계획데로 차질 없고 빠르게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한국의 강점인 효율성과 신속함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충격 이였던 것은 잘못된 방향인지 나중에 알더라도 이미 굴러가고 있는 프로세스를 멈추고 수정하기 보다는 윗사람에게 그렇게 보고를 했기 때문에, 아니면 이미 그 방향으로 상당한 투자가 들어갔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마 이번에 발생한 갤럭시 사태도 이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도의 200여기업을 조사한 결과, 금융 수익이 가장 높은 기업들은 CEO가 효율성과 신속함에 대해 자신을 가장 낮게 평가 한 기업들이었다.가장 성공적인 조직은 일에 착수하기 전에 시간을 허비하고 제때에 일을 끝마치지 못할 때가 있다고 인정한 지도자들이 이끄는 조직이었다. 이러한 습성은 작업의 진전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전략적으로 훨씬 유연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주도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일찍 행동을 개시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CEO들은 훨씬 전략적으로 경직된 사고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런 유형의 사람들은 일단 전략이 수립되면 그 전략을 고수했다.”
<애덤 그란트 ‘오리지널스’ 중>
예전 많은 자원을 투자하여 주도 면밀하게 계획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영 되어야 하는 철강, 조선, 반도체, 전통 제조업 등에서의 성공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DNA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미리 준비를 하고 성실하게 계획을 실행 하는 것에 대해 한국의 교육이나 기업의 시각은 바꿔야 한다고 본다. 주도면밀한 계획과 실행은 한치 앞도 미리 예상을 할 수 없는 시대에 맞춰 적응을 해 나갈 수 있는 유연성을 빼앗아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전략을 변화 할 수 있는 기업, 재빠르게 국가의 고객들에게 Customized 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는 기업만이 성공을 할 것이다. 또한, 그렇기 위해 위에서 시키는 데로 빨리빨리 업무를 처리하기 보다는 본인의 생각, 통찰력과 주관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훈련이 된 임직원들과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적절하게 위임 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업무 프로세스가 정착 되어야 한다.
이제 한국의 교육, 그리고 기업 모두 빨리빨리, 미리미리, 성실하게 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 또는 기업의 직원들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 학부모와 기업의 리더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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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ki is a career & recruiting consultant, and a cross cultural trainer living in Seoul. You could find more about him(both in Korean & English) if you visit his introduction page
저자인 은진기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커리어 컨설턴트/헤드헌터 이자 이문화 교육 전문가이다. 그에대해 더 알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