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기 전에는 늘 그렇지만 캐리어 또는 배낭에 담겨있는 모든 물건이 내게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만 같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게 얼마나 될까?
내 경우에는 여행을 하며, 내다 버린 물건이 얼마나 많았는지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혹시 몰라서 챙긴 팔토시,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두꺼운 겨울 옷 등등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버리면서도 배우는 점이 있었다. 짐이 무겁다고 느껴지면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나씩 버리다 보니 점점 남아있는 물건들은 내게 꼭 필요한 물건 같았다.
물건을 버림으로써 배낭의 무게도 낮아지고, 나의 마음도 가벼워진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짐은 필히 간소화하라고 한다. 배낭은 작으면 작을수록 좋으니 정말 꼭 필요한 것만 담으라고 하면, 사실상 다 필요한 것 같아서 빼지 못하고 모두 담아 처음부터 무거운 여행을 시작한다.
비행기 티켓 가격은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기내 수화물과 위탁 수화물을 포함해서 가격이 올라간다. 어쩌면 그 돈을 아껴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물론 여행지에 따라, 기간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내 경우에는 점퍼를 다 버려 짐을 줄이고, 필요한 경우에 구입했다.
수크레의 한 현지 시장 일교차가 큰 고산지대를 여행할 때에는 아침저녁으로 챙겨 온 히트텍 제품과 함께 얇은 옷을 겹쳐 입었다. 그리고 정말 추운 경우에는 현지 시장을 찾아 세컨 핸드 제품을 구입했다. 볼리비아에서 그저 따듯해 보이는 점퍼를 약 8,000원 돈에 구입해서 약 2주 정도 입다가 마지막에는 호텔에 두고 왔다.
물론 여행지에서 좋은 사진을 건지려는 사람에게는 안 맞는 전략일 수 있겠다. 여행은 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판단은 자유다.
볼리비아 수크레 현지 시장에 가면 한국에서 온 옷이 엄청 많다. 선우 아파트 근처 세탁소에서 수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패딩은 볼리비아까지 와서 다시 한국인의 손에 들어왔다.
아르헨티나 살타의 한 호텔에서 놓고 온 옷과 래시가드 한 장, 스포츠 양말 한 켤레 그리고 책 한 권이다. 물론 고가의 제품은 아니었지만 옷을 잘 구매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챙겨가고 싶었으나, 2~3달 동안 여행하며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앞으로도 안 쓸 것 같아 과감하게 제외했다.
미니멀해지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언젠가 장기 여행을 떠난다면, 최선은 위탁 수화물까지 없이 기내 수화물로만 여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