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처음미국 어학연수를 가면서 영어 닉네임 하나쯤 만들어야 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만 지내서 몰랐지만 내 한국 이름이 영어권 친구들에게 발음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어학연수로 처음 갔을 때,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영어 이름을 지어오라고 하셨다.
영어 이름이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되고 싶어 하고, 멋있어 보이는 사람의 이름을 따오고 싶었다. 그 당시 UFC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던 Anthony Pettis 선수를 가장 좋아했다. 베이스는 태권도와 주짓수로 화려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름이라면 Anthony를 따와야 정상인데, 이름을 말할 때마다 "th" 발음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영어 이름으로 Pettis가 되었다.
불리는 것에 힘이 있다고 믿는다.이름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나를 그렇게 불러주면 '나도 언젠가 저 선수처럼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도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땀나는 행동은 하기 싫어했다. 하지만 Pettis 선수처럼 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작은 한 구석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페티스'라는 이름을 따라 어느 정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페티스에서 페티라고 줄여진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필리핀 어학연수를 갔을 때였다. 미국 어학연수 이후 졸업도 하고 취업도 했는데 일을 하면서도 영어 사용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엔 아직 내 실력이 너무도 부족했다.
돈은 없었지만 영어를 배우고 싶어 여러 방면을 찾아봤다. 국가 지원 사업도 알아보고, 각종 프로모션도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학생 매니저 채용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꽤 많은 수의 어학원에서 지원을 받고 있었고 몇 군데 지원해 보았다. 한 어학원으로 부터 연락을 받았고, 화상 면접 후 바로 출국하게 되었다.
페티스에서 페티가 된 이유
필리핀에서도 Pettis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어학원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었다. 중국, 베트남, 일본, 대만 등. 하지만 대부분이 한국 학생이었다. 그곳에서 학생들과 친해지다 보니 자연스레 다들 '페티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치 조나단을 '나단아'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 이후 모든 닉네임을 페티로 사용하고, 필명 또한 그렇게 사용했다.
훌륭한 선수의 이름을 따온 것이, 내게는 이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주변에서 불러주는 힘과 스스로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떠올리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