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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Nov 28. 2024

오피스 게임은 지금 출간 작업 중!

5부 능선을 넘었다!


출간은 내년 1월!


원고 마감. 다 썼다. 끝!


11월의 어느 고즈넉한 오후. 출간 작업 원고를 넘긴 후, 출판사와의 미팅. 3번째 미팅이다. 담당자분께서 근처 카페로 찾아오셨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원고 검토한 얘기를 해 주겠구나.. 아.. 수정사항 많으면 안 되는데..'

출간본에 포함될 신작 원고들을 다 선별했고 모두 확정 지었다. 사진도 이미 고화질본으로 다 넘긴 터다. 얘기를 듣는다. 아니나 다를까 담당님이 수정할 점을 얘기해 주신다.


"저희가 원고를 쭉 봤는데요.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고 적나라한 것들도 좀 있고.. 설명을 좀 풀어서 주석 표기해야 할 것도 보여서요."

"네! 수정할께요. 뭐 고치면 돼요?"


"여기 보시면, 여기 예를 들면.. [바이블에도 나온다.] 이렇게 쓰여 있는데, 정확히 마태복음 몇 장 몇 절인지 이런 걸 표시해 주면 어떨까요?"

"엥? 저기.. 저희 지금 학술지 쓰나요? 전체 맥락이 상황 묘사하면서 뒤에 그냥 띡 바이블에도 이런 게 나온다. 그냥 이 수준인데.. 주석 표시해서 밑에다 마태복음 신명기 어디 참고 이러면 디게 벙찔 거 같은데요?"

"아 아.. 그러겠네요. 제가 최근에 전문서적을 하고 와서 그런가 봐요." 담당자분 당황한다.


‘역대 베스트셀러 최다 판매량에 빛나는 바이블을 들먹여서 그런가? 신성하게 가자 뭐 이거야? 아님 잘못하면 너 신성모독죄다 이런 건가?‘


'흐음 모지?' 일단 패스! 다음 얘기를 또 듣는다.

"표현이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뭐 이런 점들이 좀 순화되어야 할 부분이 또 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주신 원고 여기 보면요. [아는 넘이 없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요. 이런 것들은, 아는 사람이 없다.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 싶어요."

"아하.. 그러셨군여. 흐음.. 뭐 직설적으로 보일 수는 있으나 쌍욕 박아놓은 수준은 없는 거 같은데요? 자 볼까요? 놈을 썼다고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표현이죠. 과격의 수위를 올리자면 아는 새끼가 없다. 이게 더 한 표현이고, 그다음 아는 넘이 없다. 그리고 말씀하신 아는 사람이 없다로 수위가 내려가요. 그리고 더 착하게 내려보면요. 아는 분이 안 계시다. 이럼 되는 건데요. 놈이 못쓸 말은 아니라고 봐요. 한자에도 놈자라고 하죠. 저희 무슨 바르고 고운 말 출간하나요?"

"아 그건 아니지만, 아.. 의견이었습니다."


‘동방예의지국 청학동 스타일로 가자 이건가? 그럼 독자는 선비 오피서들이 되는 거야?‘


'흐음 모지?' 패스해 볼까? 이어서 더 얘기했다.

"담당님. 표현을 다 착하고 바르게 고치면 책 망할 거 같은데요? 물론 아무 비속어나 욕 박아 넣고 이런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방송이면 어느 수위에 맞출 거냐로 보자는 거예요. 뉴스에 맞출 건지, 예능에 맞출 건지 그런 거요. 정확하고 올바른 표현과 일상 표현의 공감은 다른 얘기 같거든요. 제가 볼 땐 예능 프로 정도면 방송 심의에 딱히 걸릴만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 대화 표현하면서 욕도 박고 그러잖아요."

"아.. 네. 뭐 그렇긴 하죠."


"이렇게 아름답고 고운 우리 바른말 쓸 거면 오피서라는 표현도 쓰면 안 돼요. 이 책에 오피서라는 말이 얼마나 많은데요."

"네??"

"원래는 이게 오피스 워커가 맞는 말이죠. 오피서는 원래 관공서 관리직 같은 느낌인데, 제가 귀찮아서 그냥 오피스 오피스 하다가 뒤에 er 붙이면 사람이니까 오피서 한 거예요. 그냥 비속어죠 이것도. 프로불참러 이런 것도 그냥 대충 뒤에 er 붙인 거잖아요. 그런 느낌이져. 여기 제가 막 만든 표현이 은근 많아요. 그럼 아름답고 바르게 오피서 들어간 데는 다 대한민국 직장인 뭐 이렇게 다 바꿔요? 독자들 읽다가 다 집어던질 거 같은데.. 이 책은 바르고 착하면 망해요."


순간 스친 생각은 이랬다.

'쓰읍.. 지금 같이 망하자는 얘긴가?'

착하디 착한 담당님. 최근 전문서적들을 작업하신 탓일까? 그러나 이내 수긍한다. 태세전환이 빠르다. 결국 영 안 될 만한 몹쓸 표현을 찾으면, 그런 것들에 한정해 수정하기로 했다.


그다음은 내지와 표지 다지인 컨셉을 한참 상의했다. 그래서 시안을 언제 볼 수 있냐는 나의 질문에 최대한 빨리 진행해 보겠다고 한다.


오피스 게임식 사고가 발동한다.

'최대한 빨리 진행해 보겠습니다. = 모른다 나두'

호오.. 그렇단 말이지? 흐음.. 아니겠지?

그냥 뭔가 글감을 주기 위해 컨셉 잡은 거겠지??


심성 착한 출판사 담당님. 일을 빨리 한다고 하는데 안 줄어드는 게 고민인 듯하다.

"원래 일은 쌓아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거에요. 그걸 다 치워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늪에 빠져요. 어차피 계속 쌓일 거니까. 관리자는 어차피 얘한테 일이 많이 쌓여있음 쟤한테 일 줘요. 비어 있으면 다시 얘한테 주는 거구요. 걍 쉽게 생각하셔요. 헤헤"


초맹이껀 그냥 대충 A4 용지에 출력해서 책 내!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훅 지나간다. 가을이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고 있다. 이제 원고는 나의 손을 떠나갔고, 출판사가 바빠질 때가 되었다. 조판과 편집들을 거치고 디자인을 입히며 또 몇 차례 논의가 계속되겠지..


정확한 출간 예정일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월 예정이다. 미공개 본의 여러 신작들이 들어간다.

이제 출판사가 바쁠 차례고 그 시기에 접어들었다. 곧 디자인 시안이 나올 것이다.

곧.. 나오겠지? 잘.. 나오겠지? 그러겠지?


P.S. 담당님! 힘내세요! 화이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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