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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한 마시멜로우 Aug 19. 2024

나를 좋아했던 가수 윤상(닮은)

                                                          사진: 다음 이미지


썸만 타다 만 말랑한 마시멜로우-제3탄


내 썸 타는 얘기가 반응이 이리 좋을 줄 몰랐다.

지지리 궁상맞고, 흑역사에,이불킥 같은 얘기가 대부분이어서 차마 꺼내기도 조심스럽고 싫었다.

옛날 꼰날 얘기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를 알지(보지) 못한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못생긴 거야?' '매력이 그렇게 없는 거야 뭐야?' 할까 봐 솔직히 걱정도 된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밝혀둔다.

나 절대 못생기지 않았다.

키는 작지만 비율도 좋고 옷태도 나름 괜찮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미소가 예쁜 여자다. ok?


그래서 이번에는 썸만 타다 맨날 까이기만 했던 내가, 처음으로 깠던 얘기를 공개하니 기대하시라~


A는 회사 다닐 때 업무차 알게 된 사람이다.

당연히 우린 습관처럼 서로를 대했고 습관처럼 업무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에게 뜬금없는 전화가 한통 걸려 왔다.

그날따라 업무 얘기는 없이 횡설수설 여러 말을 어지럽게 빙빙 돌리더니 우리 집 전화번호를 물어왔다.

그날 저녁 정말로 A에게 전화가 왔다.

많이 망설이다 연락한 것이라며, 오랫동안 내 생각을 해왔다 했다.

나와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다는 말도 함께 했다.


내가 특별히 거절의사를 보이지 않자 A는 그 뒤부터 매일 회사로,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나도 은근히 A의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전화 후, A가 우리 회사로 출장 왔을 때, 우린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어찌나 어색하게 굴었던지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금방이라도 눈치채고도 남았을 것이다.

공적인 관계로만 대했던 A가 이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내 곁에 다가온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A가 업무와 상관없이 나를 보러 서울에서 내려왔다.

브라운컬러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고 한정식 집에 나타난 나를 A는 한참을 쳐다보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얼굴도 들지 못한 채 어떻게 밥을 먹었는지도 모를 첫 데이트를 시작했다.

개인적인 만남은 처음이었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지라 금방 자연스러워졌다.

가끔 농담도 했다가, 때로는 진지하게 굴었다가, 내가 새침해 삐지기도 했다가를 여러 번, 정말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A가 나에게 참 예쁘다 말해주었다. (난 예쁘단 말보다 똘똘하고 귀엽단 말을 주로 듣는데...)

강렬하게 훅 들어왔던 A의 고백이 내 가슴에 너무 깊숙이 박혀버렸을까?

그 후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 습관이 생겼다.


두 번째로 A가 나를 만나러 왔다.

시내 호텔커피숍 레스토랑에서 양식을 먹었다.

A는 비프커틀릿을 정성스럽게 잘라 내 앞에 놓아주며 내가 먹는 내내 눈을 떼지 않고 지그시 바라봤다.

별 볼일 없는 자신이지만 잘 봐달라고 말했던 A 앞에서  한없이 당당한 여자로 여유를 부렸다.

A는 온통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내보였지만 나는 그런 감정을 즐기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세속적인 셈을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나쁜 조건이 아닌 사람이었는데 그 당시 내가 가장 콧대를 높게 세우고 있을 때 만난 지지리도 운 없는 사람이 A었다.


나는 회사에서 대리진급을 준비하느라 최고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A의 전화나 만남이 싫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대리로 승진해야 했던 나는 A와의 일은 별로 중요치 않게 여겨졌다.

A의 연락은 계속되었지만 습관처럼 응대했고 가끔 성의 없게 굴기도 했다.

하지만 A는 아랑곳 않고 일편단심 내게 정성을 다했다.


만남이 계속되다 보니 A와 나의 목격담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쯤 확실한 노선을 정해야 할 때가 왔다 생각했다.

계속 진지한 만남을 가질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스톱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난 A에게 앞으로의 비전과 자신의 위치에 대해 물었고 A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답해 주었다.

난 A의 솔직함이 다소 야속했다.

좀 더 비전 있는 꿈을 가진 사람이길 바랐는데 A는 지금의 현실에 만족한다며 천진난만하게 굴었다.

인정한다. 난 그야말로 속물 중의 속물이었다


이제 A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했다.

그런 생각이 굳혀지니 티가 나게 A에게 성의가 없어졌다.

A가 일부러 우리 지역 전담으로 출장을 왔을 때조차 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만나주지 않았다.

A의 당황함과 애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지만 애써 모른 척 난 한없이 현실적인 여자가 되어갔다.

어느 날 A가 간절한 목소리로 꼭 만났으면 한다고 했을 때 난 마침 출장이 있다며 둘러댔고, 덧붙여 앞으로 더는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낯선 톤으로 전했다.


A는 더 이상 내게 연락하지 않았다.

전해 들은 얘기로, 그 후 우리 지역 어느 회사도 출장을 오지 않았다 한다.

A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고 있든지 나와는 상관없었다.

대리진급이 목전에 다다른 것이다.

드디어 나는 그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리로 승진했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연락이 끊기고 1년 후쯤 갑자기 낯익은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A였다.

난 여전히 당당했고 A는 무척 망설이는 듯 조심스러웠다.

한번 내려오고 싶다며 내 의사를 물었다.

난 정말 가볍고 무감정한 말투로 ‘오신다면 커피 한잔 정도는 살 수 있죠~’

어찌 된 일인지 A는 오지 않았다.

난 또 그러려니 하고 거의 A의 존재를 잊었다.

 

한참의 세월이 더 흐른 후, 경비실 아저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게 전해 줄 물건이 있다며 내려오라 했다.

나는 A가 회사 경비실에 맡겨놓은 팔찌 묵주와 작은 메모지 하나를 건네받았다.

그 메모지에는 A의 스타일처럼 짧았지만 강렬했던 몇 마디가 적혀있었다.

‘그동안 많이 그리웠습니다. (이하 생략... 나머지는 상상에 맡김...) 행복하시길~’


난 그 한 줌도 안 되는 메모지를 부여잡고 여사원화장실에서 조금 울었다.

그때까지 솔로였고 청춘사업도 회사생활도 엉망으로 꼬여 탈출구를 찾고 싶었던 때였다.


내가 유일하게 찼던 A, 차인 연애보다 찬 연애가 더 오래 남는다더니 정말 그런 것일까?

몇 년 전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A를 발견하게 되었다.

분명 이름은 A인데 A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까지 A가 윤상을 닮았다 생각했는데 윤정수가 웃고 있었다. (윤정수 씨~ 미안합니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60대 윤정수 아저씨의 눈에서 20대 후반의 윤상이 보였다.

빼박도 못할 것이, A옆에 서있는 아들 사진보니  '~ A가 맞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0대의 아들에게서 A가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현타가 왔다.

'나를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을 텐데 필시 이민을 갔거나 죽었을 거야' 라 생각했는데, 죽지(?) 않고 대한민국에 현존해 있으면서 나를 한 번도 찾지 않았다니,, 그때는 그렇게 내가 좋다고 난리 부르스를 쳐놓고선 말이다.


역시 지나간 사람은 찾는 게 아니었다. (옛말 그른 게 하나도 없다)

윤상은 이미 지나간 추억이고 과거의 사람일 뿐,

내 퍽퍽하고 밍밍한 20대 청춘을 아프지만 달콤 쌉싸름하게 장식해 준 윤상 닮은 A었다.


덧.

울 아들도 2년여간 만난 여친과 얼마 전 이별을 했다.

나름 연애 pro라 자부하던 아들 녀석, 지가 찼음에도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오만 궁상짓은 다한다.

딸내미가 모처럼 가족을 위해 오마카세집을 예약했다.

우리 눈엔 별것도(ㅎ) 아닌 것 같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딸내미에겐 맛있고 최고라며 엄지손은 추켜올렸지만, 속으론 '내돈내산' 안 한다였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나름 맛있게 오물오물 먹고 있는데, 울 아들놈이 갑자기 울컥 한마디를 한다.


"00 이가(전 여친) 그렇게 오마카세 먹고 싶다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한번 먹일걸..."

"야! 너어 진짜~~"


우리는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그놈 망언에 망연자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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