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방송작가가 되었나 (1)
졸업 전에 취직을 못하면
큰 일이 일어날 것처럼 굴었던 대학교 막학기 시절,
나는 취업 사이트에서 ‘문예창작 전공 우대’
라고 써져있는 곳에 닥치는 대로 지원했다.
하루에 면접을 3개까지 뛰어본 적도 있을 정도로
미친 듯이 뛰어다닌 결과,
다행히 취직이 되긴 됐었다.
한 군데는 어느 인터넷 신문사였는데,
(정통 언론은 아니고 유사언론)
딱히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안내 문자에
‘첫 날은 10분정도 일찍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
아니, 그러면 출근 시간이 왜 있나?
그래서 결국 가게 된 곳은 한 바이럴마케팅 회사였다.
첫 출근날이 하필 장애인 지하철 시위날과 겹쳐
헉헉대며 회사에 도착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내게 주어졌던 일은,
성형외과 마케팅 업무였다.
쉽게 말하자면, -가보지도 않았던-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척 후기를 올리는 일이었다.
왠지 느낌이 안 좋았다.
그때는 그게 불법이라는 것조차 몰랐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찜찜했을 뿐 아니라
점심을 먹은 후 다같이 담배를 피는 풍경에 식겁했던 나는,
(내 주변에는 담배를 피는 사람이 없다)
그 날로 그만 나오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런 식으로 퇴사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문이 떠올라
손을 조금 떨면서.
다음으로 가게 된 곳 역시 병원 바이럴마케팅 회사였다.
사실 하는 일은 비슷했지만, 사람들이 나쁘지 않아 며칠간 다녔다.
그런데....그런데 말이다.
회사가 하는 일이,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이
불법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당시 회사에서는 -'거짓' 홍보글을 올리기 위한 용도로- 여러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게 했는데,
여러 카페의 가입 페이지에 그 내용이 떡하니 적혀있었다.
병원에서 금전적인 혜택을 받고 후기를 올리는 건 불법이라고.
아, 이렇게 바보같을 수가.
꼭 불법인 걸 알아야 잘못된 걸 아나?
그 정도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냐?
4일을 다닌 뒤 안 가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자책과 눈물 속에 며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