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대라는별 Dec 11. 2023

나의 피눈물 방송작가 연대기 #4

우당탕탕 막내작가 적응기

처음에는 나와, 나보다 몇 달 먼저 들어온

J 외에는 막내작가가 없었다.


그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J의 양팔을 시커멓게 뒤덮고 있는 문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은

(후에 기록할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그곳을 떠나는 날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래도 다행히,

물어보지도 않고 내 몫의 카레에

내가 먹지 않는 소시지를

추가해 준 것에 혼자 속으로 구시렁거렸던 것 외에는, 그와 특별한 트러블은 없었다.

그때만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명의 막내가

더 들어왔고, 그렇게 나를 포함한

4명의 막내작가가 함께 일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했던 프로그램은

건강기능 식품 홍보 프로그램이었다.


한 마디로 교양 프로그램인 척하는

협찬 프로그램이었는데,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을 대조해서 보여주고,

‘이들의 차이점은? 바로 000 (제품 이름)!’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막내작가에게 주어진 주요 업무는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섭외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속으로 ’서브 언니’라고 불렀던)

내 담당 서브작가

가 섭외할 만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회 취재였다.

출연자들의 정보를 토대로 방송을 구성했기에

세세한 취재가 중요했는데,

(식습관, 현재 건강 상태 등)

나는 정말 물어보라고 한 질문들‘만’

물어보고는 취재를 끝냈다.


불과 7분 정도 소요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나는 점점 짜증스러워하는 예비 출연자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더 해야 했다.


그 외에도 의외의 복병이 있었는데,

바로 ‘담배’였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취재를 하는 게 낯간지러웠던 나는,

사무실 앞 테라스로 나가 취재를 했다.


문제는, 여느 방송계가 그렇듯

그곳 사람들은 모두 골초였는데,

그렇기에 취재를 하는 내내

담배 연기를 가득 들이마셔야 했다.


그래도 일은 그럭저럭 할 만한 편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작가의 이전글 나의 피눈물 방송작가 연대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