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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라는별 Dec 18. 2023

나의 피눈물 방송작가 연대기 #6

아, 계속해야 하나?

어느 날이었다.

전 날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보여주기 위한-

실험을 돕느라 늦게 퇴근한 J는

사무실에 없었고,

나를 포함한 막내 3명만이 사무실에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용건은,

그동안 자신이 많이 도와줬으니,

전 날 쓴 실험기구들을 내가

설거지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들었지만,

서브작가님이 설거지한다는 걸

J가 ”작가님은 집에서도 하시는데 제가 해야죠~“

하며 막아선 것이라고 한다.)


당시 내가 화가 났는지 어쨌는지,

그런 것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옆에 있던 S가 그가 왜 전화했는지 물었고,

나는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러자 S가 J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기 시작했다.

왜 언니에게 설거지를 시키느냐고.

전화기 너머로 J가 욕지거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는 그 와중에

그의 말대로 설거지를 하러 갔다.

S는 쫓아와 하지 말라고 말리며

J에게 온 카톡을 보여주었다.

(‘건드리지도 마 내가 할 테니까’)


상황만 보면 내가 J와 싸워야 했지만,

엉뚱하게도 J와 S가 싸워버린 것이다.


결국 막내들 중 가장 연장자였던

J 언니의 중재로 둘은 화해하긴 했지만,

그런 분위기에서는

오래 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현타’가 왔을 때는,

처음으로 자막을 썼을 때였다.


당시 나는 토요일에

교회에서 하는 봉사활동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는데,

주말 동안 자막을 쓰라는

통보가 떨어졌다.


결국 나는 봉사활동을 포기한 채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자막을 썼다.


토요일 하루만 투자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도가 좀체 나가지 않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6시였다.


그때까지도 일을 다 끝내지 못했던 터라,

일단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인 후

교회에 가서까지 노트북을 두드렸다.


그렇게 눈물로 점철된 주말을 보낸 후,

엄마에게 처음으로 이 말을 꺼냈다.

“엄마, 나 계속 이렇게 살아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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