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성혁 Apr 13. 2022

Warrior가 되지 않기 위하여

-인터넷 시대의 전사들

나는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화를 잘 내고, 내 기준에 잘못된 것들은 꼭 짚고 넘어가야 성에 차는 성격을 소유자다. 그래서 그런지 학부시절은 물론 심지어 조교라는 완장을 찬 이후에도, 가끔 학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남기곤 했다. 그때마다 누군가를 칭찬하는 등의 좋은 말보다는 내 기준에 잘못된 것들을 집어내고, 비판하는 글을 자주 썼다. 나름 'Warrior'였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시절, 내가 올린 글들의 마지막에는 내 서명을 정확하게 명기했다. 서명은 '이 글, 이 생각이 내 생각이다'는 오만에 찬 자신감과 함께 '이 글에는 내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담긴, 즉 나름대로 '지식인'이라 생각했던 내 자존심이었던 것이다.


가끔씩 학내 게시판을 들려보면 홍보나 질문으로 가득한 게시판 속에서 드문드문 재미있는 글이나 댓글들이 보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러한 글들을 읽어 내려가 보면 어떤 의미로든 송곳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날카로운 비판을 할 때도 있지만, 누가 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들이 더러 눈에 띄기 때문이리라. 익명성의 축복 속에서 이러한 글들의 필자들은 철저히 키보드의 장막 속에 숨겨져 있다. 그나마 학내 게시판이란 특성 덕분에 이름이 나오기는 하는데 이마저도 이제 그렇게 정화능력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군중 앞으로 나와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많은 사람들과 공감 싶다면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게시판에 이름 외에, 그나마도 어떠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상태로 게시판을 힐난과 비꼼의 장으로 만드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명확한 논리와 사례를 가지고 자신의 이름과 소속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주장을 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정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누군가 말했듯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앞에 나와야 한다. 자신의 소속과 이름에 책임을 지고 말이다.

 


원대 신문 12.01




작가의 이전글 아테네를 여유롭게 사용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