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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서 Nov 26. 2024

너는 떠돌이 개처럼 흐르는 눈을 가졌고

이 서

목줄이 끊어진 검은 개를 봤다 불쌍한 눈빛을 가졌다

유기인지 방치인지 모르는 개는 새벽 바다를 표류했다


까만 털을 만져주었다면 하얀 꿈을 꾸었을 것이다 온 세상이 하얗도록


빌고 있었다 내 눈이 동물이었다면

쓸쓸한 가죽을 가졌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사람들이 실종된다

나는 만난 적 없는 미래처럼 불투명해지고 싶고


우리는 몇 번이고 서로를 죽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개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공허하고 섬뜩했다, 내게 총이 있었으면


총성이 여러 번 났을 것이다 피를 닦고 닦아도

생겨나는 무성한 증언들


따뜻한 손이 되어줄까 한 번도 되어본 적 없는 내 마음 

내가 아닌 나로


내가 하얀 눈발이어서 여기저기 닿아 기억을 지워준다면

우리는 너무 오래 행복했을까


어떤 대낮은 얼음 같아서 살갗을 만져보면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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