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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민 Jan 11. 2024

나의 짧은 옥외수상록 7

이석기 옥중수상록, "새로운 백년의 문턱에 서서"를 읽고 7

■ 평화를 향한 발걸음 – 남·북·미·중·러·일의 큐브 맞추기


  세계는 코로나19 이전(Before Corona)과 코로나19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지구가 이렇게 평화로운 적은 없었다. 핵전쟁과 제3차 세계대전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기우에 불과했다. 전쟁이 아닌 전염병에 의해 세계는 출렁이고 있다. 운동회 날 펄럭이는 만국기처럼 남·북·미·중·러·일의 빨강, 파랑, 검정, 하양, 노랑의 파도의 물결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디에 위치에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냉전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의 패권국가로서 팍스 아메리카나를 실현한 듯 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전후로 해서 중국이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추월할 것이다. 미중간의 패권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만나는 접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질서 재편을 쉽게 가늠할 수 없지만 지정학적, 지경학적으로 우리나라는 미중과 긴밀히 협력하며 군사안보, 경제 영역에서 외교적 실익을 추구해야 한다. 각국의 외교적 욕망이 총집결하는 각축장인 한반도에서 남·북·미·중·러·일의 다채로운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주7)


► 나는 우리의 지정학, 지경학이 터키와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한미동맹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이른바 방기의 위험은 그저 낡은 시대가 만들어 낸 상상일 뿐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동맹에서 벗어나 ‘탈동맹’, ‘중립’의 위치에 서는 것은 우리의 가치를 크게 높여줄 것입니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우리를 결코 포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옥중수상록, 118-119쪽)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연이은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에 대해 ‘전략적 인내’의 방식으로 접근했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문을 열 때까지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겠다는 태도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과 경쟁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한편을 선택하라는 요구를 직간접적으로 끊임없이 받을 것이다. 특히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으로부터 중국 봉쇄를 위해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할 것과 한·미·일을 사실상 군사공동체로 묶어 중국의 해양진출을 막기 위한 제안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철저히 우리나라 국익의 관점에서 최대한의 외교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고유의 ‘전략적 인내’를 해야 한다. 교착상태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행을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복구하고, 남북 철도 연결사업, 대북제재의 예외에 해당되는 식량지원과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지원 사업을 나름대로 진행시켜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국제협력을 통해 양국, 특히 미국의 의존성에서 벗어나 ‘탈동맹, 남북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상황에서 생긴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견국 외교의 가능성도 고려할 만하다. 중견국이란 “국제사회에서 대국과 소국 사이에 위치하며 행태적인 측면에서 국제협력을 중재하고 촉진할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했던 ‘동북아 균형자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균형자는 강력한 군사력과 물리적 힘에 의한 경성 균형자(hard balancer)가 아니라 중견국을 포함한 다자체제에서 협력을 주도해 나가는 연성 균형자(soft balancer)다. 20년 전에는 우리의 국격과 역량이 균형자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했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역의 성공과 경제적 지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추격자가 아닌 리딩 국가로서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같은 평화와 인권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하고,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pment Aid) 같은 국제적 지원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다자협력 체제 안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통해 우리나라의 입지를 다져나가는 것이 해법이다. 또한 외국인의 법적 지위를 현실적으로 보장하는 법령을 정비해 적용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망명권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주7) 통일외교안보 특보(2017-2020)를 지낸 문정인 교수는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청림출판, 2021)에서 코로나19 이후 미중관계 전망에 관해 5가지 시나리오(현상 유지, 성곽도시, 다자주의, 미국 주도, 중국 패권)를 제시하고 그 중 현상 유지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말한다. 항후 세계질서 재편에 관해 다시 양두 지도체제, 차가운 평화(cold peace), 신 냉전의 경로를 제시하며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의 신 냉전 구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선택은 미국동맹강화, 중국편승, 홀로서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현상유지 전략, 초월적 외교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다자주의에 바탕을 둔 ‘초월적 외교’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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