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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민 Jan 16. 2024

법원에서 생긴 일 1

손씻기에 관하여 

  내가 일하는 법원은 수많은 이해관계인이 드나드는 곳이다. 민사사건의 원고와 피고, 형사사건의 피고인과 피해자, 집행사건의 채권자와 채무자, 신청사건의 신청인과 피신청인, 그 변호인들까지 포함하면 재판이나 경매 기일이 있는 날이면 법정 주변은 물론이고 청사의 복도까지 사람들로 붐빈다. 코로나19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북적이던 시절도 있었고, 매년 12월 말과 1월 초는 겨울 휴정기라 한산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1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활기가 느껴진다. 


  법원 청사에는 층마다 화장실이 있다. 내가 근무하는 1층에는 3개의 남녀 화장실이 있다. 1층과 2층은 많은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이용하는 곳이다보니 남자화장실은 소변기나 좌변기에 잔뇨나 오물이 묻어 있어 불쾌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공무직 직원분들이 직원이 출근하기 전을 포함해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시지만.


  화장실을 드나들면서 느낀 점에 관해 몇 가지 남겨두고 싶다. 

  우선, 화장실을 이용하고 손을 씻지 않는 경우가 제법 된다는 점이다. 재판 시간이 임박한 것처럼 매우 급한 사정이 있다면 이해하겠다.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데 겨울을 바라보면서도 손을 씻지 않고 나가는 사람이 꽤 된다. 젊은 사람은 드물고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좌변기를 사용하고 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화장실 밖으로 나가는 사람을 볼 때면 경악한다. 저런 사람과 악수를 하거나, 물건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 


  전해 듣기에 여자들은 남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생에 민감하다고 한다. 나와 딸만 외출할 때가 있는데 아내는 딸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휴지나 물티슈로 좌변기를 꼭 깨끗하게 닦고 사용하다고 몇 번씩 당부한다. 여자들은 남이 사용한 좌변기에 살을 대기 싫어 푸세식 화장실을 이용하듯 좌변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본다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 


  나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실천이 안되는 것이 있다. 집에서 소변을 볼 때 앉아서 보기. 공중화장실처럼 서서 그냥 소변을 본다. 앉아서 볼 때보다 서서 소변을 보면 변기 주변이 훨씬 더 빨리 더러워지는게 분명하다. 그래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남자들이여, 급하더라도 제발 손은 씻자.  



p.s. 생각해보니 위생은 정주민에게 특히 중요한 관념인 것 같다.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물이 부족하고, 인간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들은 사막이나 초원에 방뇨나 방변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며칠 심지어 몇 달 샤워를 하지 않아도 불편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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