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사람들을 사랑해요.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 길을 오며 가며 마주치는 한 아이의 엄마가 있었다. 우리 아들과 깜찍한 사랑을 나누는 귀여운 여자 친구의 엄마라 이야기 몇 번 주고받은 게 고작인데 벌써 이별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나의 아이는 유치원으로 가고, 여자 친구는 어린이집에 계속 다닌다고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첫 이별이다. 하원길에 마주친 아이 친구가 엄마에게 속닥거린다. "엄마, 나 수현이네 집에 놀러 갈래!"
둘이 지독스럽게도 사랑하는데 마치 내 욕심에 떼어놓을까 늘 마음에 걸리던 일이라 기회를 허투루 날리지 않기 위해 작업에 들어갔다. "어머 , 온유야~ 수현이 집에 오고 싶어?"
엄마들과의 교류는 어지간하면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나지만 용기를 냈다. 아무것도 모르던 때에는 번호도 쉽게 물어보고 부담 없이 마주했지만 지나와 보니 그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이후로 최대한 조심스럽게... "저기 혹시 번호 좀.."
아이 친구의 엄마도 조금은 놀랐겠지만 좋은 마음으로 알려주는 듯하다. '오~ 나중에 초대해야겠다.'라고 다짐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집으로 돌아와 새로이 저장된 연락처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았다. '종이달빛'이라는 글자가 적혀있고 무수히 많은 귀엽고도 근사한 그림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고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너무나도 소중하고 근사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었다.
넘기고 넘기어 인스*그램 시작 첫날부터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하나씩 그려져 온 그림들은 작가의 마음과 생각이 덧칠해져 차근차근 오래도록 세련되게 변화해 온 듯 보였다.
겉보기에도 마음이 단단한 사람 같았는데 이런 이유에서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태여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 나를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한 곳에 멈추어 있지 않고 계속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사람.
누가 보던 안 보던 나만의 색으로 꾸준히 채워나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 또한 나만의 색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꾸준히 이어나가는 근성에 대한 갈증이 어지간히 많은 사람이기에 저런류의 사람을 만나면 꽤나 근사하게 다가온다.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단정함이 참 좋은 것 같다.
가령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의 먼지를 털어내고 포근한 냄새를 베어내게 하는 일,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정성 들여 오늘의 먹거리를 지어내는 일. 인스턴트 배달이 흘러넘치는 세상에서 정성껏 피자 도우를 만들어 오랜 간 숙성을 기다리는 일. 나로 하여금 파생된 타인의 시선과 말에 휘둘리지 않고, 애써 나의 마음과 자리를 지켜내는 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않으며 당신의 욕구에 대하여 먼저 헤아릴 줄 아는 일. 겉보기에 화려한 것은 세상의 이치에 따라 흩어지고야 마는 것이지만, 소복이 쌓아 올려 겹겹의 층을 올린 마음 들은 쉽게 부수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고요 하지만 담담하게 하루를 채워가는 사람들을 가득 애정하고, 응원하는 것 같다. 또한 나도 그러하기를 두 손 모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