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신혼생활, 영어교재, 논문
어려움은 종종 평범한 사람을 특별한 운명에 준비하게 한다.
CS 루이스
논문에 대하여는 앞에서 자세하게 설명하였으니, 여기에서는 신혼생활과 영어교재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교원대에 합격하면서 1988년 2월에 결혼도 하였다. 동시에 부산을 떠나 교원대가 소재한 충청북도의 청주로 이사 가서 살았다. 신혼초기에 부모님으로부터 150만원을 독립비용으로 받았다. 그 돈으로 지인의 다락방에서 생활했다. 몇 달 뒤에 부산의 소속 학교에 부탁하여 교원공제회로부터 500만원을 융자받아 전세방을 얻어 살았다. 그 집에서 첫째 아들이 태어났다.
교원공제회의 융자금은 이자가 저렴하여 교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해마다 원로 교사들이 차지하였고, 젊은 교사들에게는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알았지만, 사정이 급하여 융자 가능성을 학교에 문의를 해 보았다. 선배교사들이 내가 결혼한 상황을 인정했는지, 융자를 받을 수 있었다. 요즈음과는 달리 당시에는 결혼한 청년이 전세를 구하거나 주택을 마련하는데 정부의 재정지원 혜택이 없었다.
교원대학교에 입학하니, 급우들이 전부 천재였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 추천받은 대표 교사들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모두 자기의 교육청에서 쟁쟁한 경력을 갖추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학과 6명 중에 한 명만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입학하였다.
드디어 대학원의 수업을 시작하였다. 학기마다 세 과목을 수강하였으며 마지막 학기에는 논문을 써야 한다. 가장 어려운 수업은 송용의 교수님이 가르친 초등교육과정 과목이었다. 그 수업이 어려운 이유는 교재가 영어 원서였기 때문이다. 미국 학자들보다 읽기 어렵게 저술하는 영국 학자들의 저서였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영어로만 된 교재로 수업을 하였다. 설상가상으로 교수님은 우리에게 읽고 해석하라고 요구하셨다.
방송대를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하였지만, 영어 교재의 해석집이 참고서로 발행되었기에 참고서를 보면서 공부하면 학점 받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영어 교재를 해석하기도 어려운데,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교재는 아래 그림과 같은 문장으로 가득 찼다. 한 문장의 길이가 6~7줄 정도로 길다. 페이지마다 모르는 단어가 20개 정도이고, 뜻을 아는 단어라도 읽으려면 악센트의 위치를 알아야 하므로 사전을 다시 찾아야 했다.
다음날 등교하여 급우들에게 영어공부 상황을 물어보니 다들 어렵다고 하였다. 그래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자고 제언하였다. 네 명이 동의하였고 한 명은 혼자서 하겠다고 말하였다. 나는 혼자서 공부하겠다는 선생님을 따로 만나서 대화를 하였다. 그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공부를 하면 허비되는 시간이 많아 생산성이 낮다고 강조하였다. 나는 한 가지 제언을 했다. 우리가 그토록 소망하던 교원대학교 대학원에 합격하여 새로운 친구들도 만났고, 이제 첫 학기를 시작했으니 우선 한 달만 같이 공부해 보고, 한 달 뒤에 혼자하기나 같이하기를 결정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그가 이 의견에 동의하여 다음날부터 함께 영어공부를 하였다.
함께 공부를 하다 보니 우리 그룹은 영어 원서 공부에 환상적인 팀이었다. 어려운 분야마다 해결하는 팀원이 나타났다. 발음, 문장구조, 뜻 설명에서 어려울 때마다 급우 중 전문가가 해결했다. 영어 발음은 당시에 자기 교육청에서 '영어특활지도 전문가'로서 영어회화를 10여년 공부한 급우가 맡았다. 그런데 위의 사진에서 제시한 문장처럼 길면 주어와 본동사를 찾기 어려웠다. 파악하기 어려운 문장구조의 해결사도 있었다. 그는 모든 문장을 주어, 본동사, 관계대명사, 선행사 같은 문법용어를 사용하면서 정리해 주었다. 혼자 공부하고 싶다던 선생이. 그렇게 가까스로 해석을 하더라도 용어 자체가 어려워서 뜻을 알기 어려운 문장도 있었다. 알아차리기 어려운 문장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급우도 있었다. 그렇게 이해하기 쉽게 영어 단어를 설명하는 비결을 물으니, 자기는 중학교 때부터 영영사전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날 오후 하교하면서 시내 서점에 들러 영영사전을 샀다.
교원대학교에서 영어 원서로 수업을 한 경험은 인생에서 도움이 되었다. 우선 영어 학습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 그리고 영어 자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데 기여하였다. 미국 유학시절에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
* Hardships often prepare ordinary people for an extraordinary destiny. CS Lewis
이 브런치북의 타이틀은 '교대합격부타 교수퇴직까지'이다. 다음편부터는 (부산)교대합격과 학창시절에 대하여 소개하겠다. 오늘은 그 첫편을 함께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