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a Dec 11. 2023

여름

  입사 첫날, 나만 검정 바지에 검정 블레이저, 검정 구두를 신고 출근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딱딱한 착장이었던 것 같다. 누가 봐도 신입사원이라는 느낌. 과거로 돌아가서 얼른 옷을 바꿔 입고 싶다. 

  뭐 여하튼, 어색한 구두를 끄적거리며 여기저기 인사를 하러 돌아다녔다. 누가 누군진 모르며 최대한 밝고 호탕하게 웃으며 돌아다녔다. 환영회를 한다며 공장에서 공장 바깥 주차장까지 너무 멀어서 발이 까지고 말았다. 엉거주춤하게 걸어 다녔고, 한 여자 사원만이 나의 고충을 아는지 아프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그 해 여름, 나는 발로 뛰며 공장 안을 돌아다녔다. 누군가 알아주진 않아도 열심히 하면 결과가 따라올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직속 상사 분께 수없이 깨지면서 별 것도 아닌 일에 움츠러들었고 내가 아닌 기분이었다. 나의 정체성 마저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네"라고 하면 "네" 한다고 혼나고, "아니요"라고 하면 "아니요" 한다고 혼이 났다. 나중에는 혼나기 위해서 입사한 것 같았다. 신이 있다면, 너무 이른 취직은 나에겐 너무 과분한 상이라 생각해서 내리는 벌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매번 울었다. 

그냥 이 답도 없는 날들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날들에 눈물이 난 것이었다.

  결국 나는 내 병이 잠잠해질 때쯤 공황장애도 얻게 되었다.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워졌다. 특히 대학가. 내 또래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너무 무섭고, 나를 해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도 답답하게 쉬어지고, 그럴 때마다 약해지는 내 모습이 너무 미웠다. 이번에 아플 때 역시 가족들이 바로 알아차렸고, 나는 입사 3개월 만에 휴직 신청을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