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첫날, 나만 검정 바지에 검정 블레이저, 검정 구두를 신고 출근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딱딱한 착장이었던 것 같다. 누가 봐도 신입사원이라는 느낌. 과거로 돌아가서 얼른 옷을 바꿔 입고 싶다.
뭐 여하튼, 어색한 구두를 끄적거리며 여기저기 인사를 하러 돌아다녔다. 누가 누군진 모르며 최대한 밝고 호탕하게 웃으며 돌아다녔다. 환영회를 한다며 공장에서 공장 바깥 주차장까지 너무 멀어서 발이 까지고 말았다. 엉거주춤하게 걸어 다녔고, 한 여자 사원만이 나의 고충을 아는지 아프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그 해 여름, 나는 발로 뛰며 공장 안을 돌아다녔다. 누군가 알아주진 않아도 열심히 하면 결과가 따라올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직속 상사 분께 수없이 깨지면서 별 것도 아닌 일에 움츠러들었고 내가 아닌 기분이었다. 나의 정체성 마저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네"라고 하면 "네" 한다고 혼나고, "아니요"라고 하면 "아니요" 한다고 혼이 났다. 나중에는 혼나기 위해서 입사한 것 같았다. 신이 있다면, 너무 이른 취직은 나에겐 너무 과분한 상이라 생각해서 내리는 벌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매번 울었다.
그냥 이 답도 없는 날들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날들에 눈물이 난 것이었다.
결국 나는 내 병이 잠잠해질 때쯤 공황장애도 얻게 되었다.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워졌다. 특히 대학가. 내 또래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너무 무섭고, 나를 해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도 답답하게 쉬어지고, 그럴 때마다 약해지는 내 모습이 너무 미웠다. 이번에 아플 때 역시 가족들이 바로 알아차렸고, 나는 입사 3개월 만에 휴직 신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