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자각했다.
내가 아프기 전과 후.
선을 그어놓았던 일들은 온전히 그냥 나였다는 것을.
어쩌면 아파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내 관심사와 성향이 바뀐 거다.
책을 잘 읽었던 나와 대충 글의 흐름만 읽는 나
노래를 듣기 좋아했던 나와 조용한 걸 좋아하는 나
걷기를 좋아했던 나와 방에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나
나 혼자 놀기를 잘하던 나와 심심한 걸 못 참는 의존적인 나
말도 많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했던 나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나
내가 왜 이걸 몰랐을지 아직도 안타깝다. 그전까지는 과거의 내가 되지 못한 현재의 나를 미워했다.
'나는 왜 변했을까,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왜 하필 나일까'
많이 후회하고 무기력하게 지냈다.
책을 읽다가 'Why not me?'라는 구절이 마음에 닿는다.
아직 나의 계절은 오지 않았다.
지국온난화로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내 일상도 따뜻해지겠지.
오늘도 책을 피고.
알바몬을 켜고.
카페에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