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무지개 Mar 18. 2024

끄적거림

시작하는 글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영감이. 오늘은 정말이지 글쓰기 귀찮다. 

글쓰기는 영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처럼 이런저런 핑계를 댈 만큼 귀찮은 날도 있다.

이런 날은 스트레스만 받는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자리에 앉아야겠다. 

일단 차라도 마셔볼까? 차를 마시는 동안 음악도 한번 틀어봐야지.

쉬는 김에 인터넷으로 다른 것도 검색해 보자. 밥 먹을 시간이다. 우선 밥부터 먹자. 시간이 꽤 지났네?

하지만 아직도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으니 조금 더 있다가 써보자.


아…. 망했다. 나는 결국 오늘 한 줄도 끄적거리지 못했다. 역시 글쓰기는 습관이다!


글을 쓰다 보면 술술 써지는 날이 있지만, 잘 안 써지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조금의 환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글쓰기를 미룬다.


역시 게으른 탓이다. 글을 꾸준히 써 버릇해야 언제 잘 써지고 잘 안 써지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글쓰기를 언젠가는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어 두기만 했다. 바빠서도, 마음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글쓰기를 실천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무엇이든 시작이라도 해보겠다는 작은 다짐을 하기가 망설여졌다. 

어느 날은 나에게 글쓰기라는 재능이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보기도 했다.

시작조차 안 해본 사람의 의미 없는 의구심이었다. 다들 뭐 그렇겠지 부끄러운 위로도 해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지나쳤을 법한 사소한 발견이 나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첫 번째는 동네에 새로 생긴 작은 책방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오래된 이메일이었다.


나는 볼일을 마치고 동네 한 바퀴 산책하며 걷던 중이었다. 

텅텅 빈 가게들 사이로 책방이라는 작은 간판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방’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문 앞으로 다가가 서성거렸다. 

하지만 들어갈 용기가 없어서 그날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나는 책방 근처에 볼일이 있어 그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책방은 어떤 곳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용기 내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렇게 책방과 나의 작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아직 글쓰기를 시작할 자신감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간 곳에서 학생 때 리포트로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정말 우연처럼 발견한 메일에는 교수님의 답변이 달려있었다.

당시 나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자기소개를 하고 싶었나 보다.

으레 적는 자기소개서의 판에 박힌 소개 말고,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등의 글로 자기소개서를 가득 채웠다.

그에 대한 답변은 이러했다.


학생은 좋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왜 나는 이 말을 잊고 있었던 걸까?

비록 내가 글을 잘 쓴다는 말이 아닐지라도 나에게 용기를 주는 이 말을 기억하고 있었더라면, 

글쓰기가 더 쉬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뒤로 당시 동아리 활동이나 발표를 위해 끄적거렸던 글들을 찾아보았다. 물론 유치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글을 한번 써보자는 용기도 생겼다.

지금 내가 쓴 유치한 글들이 훗날 나에게 큰 즐거움과 삶의 용기로 남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