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책방 이야기 #68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이 책은 글쓰기 관련 책 집필과 강의를 하고 계시는 김선영 작가님이 자신의 팔사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문장 30개를 뽑아서 소개한 책이다.
글쓰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한 번씩 도전해 보는 것이 바로 이 필사인 것이다,
김선영 작가님은 이 책에서 나오는 30개의 문장을 필사해가면서, 글쓰기 루틴을 만들어 문장 표현력도 기르고, 작가로서 가져야 할 인간미를 함께 고민해 보자고 하신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람이 이런 문진이라는 아주 예쁜 도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처음에 문진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왜 나는 병원에서의 의사선생님의 문진이 생각이 났을까?
참 못 말린다.
눈이 잘 안 보이기 시작하면서 종이 책의 작은 글씨가 힘들어, 아이패드에서 앱을 다운받아 e-book으로 보기 시작한지 꽤 오래됐다.
내가 보기에 편한 상태로, 글자 크기나 종이 색까지도 나한테 맞출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몇 년전에 제법 큰 사고로 오른 손가락을 거의 다 다쳤다. 그때부터 온전히 손가락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서,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손글씨를 마음놓고 쓰지를 못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아기자기하고 예쁜 문구류를 만날 기회가 저절로 없어진 것 같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작가님의 문진과 바인더라는 것이 너무 예뻐서, 가끔 종이책을 읽을 때 쓸려고 얼른 책도 다 읽기 전에 구매부터 했다.
이것 역시 장비빨이다.
글쓰기라는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쉽고 빠른 문이 필사라고 김선영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난 글쓰기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조차도 안 한 상태에서, 그냥 무조건 오랫동안 필사라는 것을 했었다.
책을 읽다가 그때그때 멋있는 문장을 만나게 되면 잊어버리기 전에 저장이라도 해두자는 생각에, 무조건 그대로 배껴쓰기만 했다.
김선영 작가님의 말씀에 의하면 나도 잘 쓰고 싶다는 바람으로 필사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조건 쓰기 시작했던 나의 필사라는 것도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알게 모르게 그런 바람이 깔려있었나 보다.
작가님이 주장하시는 것처럼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기본인데, 다행히 이 기본은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잘 쓰고 못 쓰는 것을 떠나서 일단은 매일같이 책을 읽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고 있다.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랑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엄청나게 발전을 했다.
내가 좋아하면서 지키려고 하고 있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 >를 위해서 나름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다. 필사의 덕분인 것 같다.
책을 잘 읽지 않는 남편을 꼬드겨서, 매일 밤 한 단락 분량의 필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는 김선영 작가님의 말씀에, 이런 남편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와이프가 같이 하자고 하면 같이 하는구나.
참 보기 좋다.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1장 : 글을 꾸준히 쓰는 데 필요한 습관
2장 : 훌륭한 문장에 담긴 표현 기술
3장 : 글쓰기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 구양수 -
너무도 유명한 송나라 구양수의 말이다.
모든 진리가 다 그렇듯이 이 진리 또한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를 않는다.
김선영 작가님 말씀처럼 책은 책장에 고이 모셔놓을 것이 아니라, 자꾸만 꺼내서 읽고 또 말로 꺼내 보라고 하신다.
입술로 소리 내어 책에 대해 말하다 보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더 몰입을 잘하게 되고,기억에도 오래 남는다는 작가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북토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깨닫게 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그러고 나서 이렇게 여럿이서 모여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사색의 공간도 넓힘과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더 깊어진단다.
그래서 북토크라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고 필요한 것 같다.
어제 모처럼 가족들이 모였다.
늘 모이면 항상 하는 말들이 거기서 거기였는데, 어제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이제 간신히 책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며늘애한테,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제법 고상한 대화들이 오고 갔다.
이제서야 나를 조금이라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신났다.
조금이라도 내가 아닌 남한테 이런 식으로라도 동기부여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지그동안 열심히 책을 읽은 보람이 있었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떠들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이다.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있는 대로 기운 빼고 있던 사람이 책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에너지를 받은 것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이런 소중한 에너지를 많이 사람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에서 김선영 작가님 다운 기막힌 비유의 글이 나왔다.
평소에 너무도 존경하고 좋아하는 김훈 작가님의 “연필로 쓰기”의 명 문장을 김선영 작가님의 입장으로 바꿔 보신 것이다.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던지…
이래서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깨닫게 된다.
< 연필로 쓰기 >에서 김훈 작가님은 아직도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쓰신단다. 김훈 작가님만의 멋진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연필이 김훈 작가님의 글쓰기 도구였다면 84년생 김선영 작가님한테는, 노트북이 최고의 글쓰기 도구인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다.
지우개 가루가 쌓이면 하루가 지나갔다는 김훈 작가님과 과자 부스러기가 쌓이면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김선영 작가님.
두 분 모두의 세계가 너무도 멋지다.
난 과연 무엇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연필도 안 쓰고 과자 부스러기도 없다.
그저 밤이 오면 오늘 하루가 또 갔구나 한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함께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버킷리스트에 “내 이름으로 책 내기”를 담아둔 사람이 의외로 많단다.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존재의 흔적을 남기려는 그런 애씀이라고 김선영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꼭 거창한 의미를 담지 않더라도 유일무이한 나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지고 근사한 일이다.
책 쓰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외로움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일이라고 작가님은 이야기해 주신다.
강원국 작가님의 말씀처럼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책을 쓴다는 말씀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이 시리도록 더 와닿는다.
작가는 그렇게 쉽게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단지 책을 쓴다는 생각보다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너무 좋고 행복해서, 그냥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나의 버킷리스트 1번은 꼰대가 되지 말자이다.
아마도 이 리스트는 당분간은 변할 것 같지 않은데, 작가라는 그 힘든 여정의 길에 왜 한 발 들이고 싶어 하는지, 왜 주제 파악을 못하고 계속 설레고 있는지, 뭔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우리 집 양반 말대로 지나가는 개가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 개가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웃으면 가까이 가서 보담아 줄 것이다.
누군가 자기계발의 끝판왕은 “책 쓰기다”라고 했단다.
김선영 작가님은 책을 쓰면서 성장하신단다.
책을 쓸 때마다 작가님의 부족함을 마주하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쓴단다.
애쓴 만큼 더 자란다고 하시는 작가님의 말씀에 깊은 울림이 있다.
보통 필사 책이라고 하면 오래된 해외 고전이나 명언들이 많은데, 이 책은 젊은 작가님답게 요즘의 책에서 뽑은 문장이 많다.
젊은 사람 예찬론자인 나는 그래서 더 신선하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