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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17. 2024

나민애 교수 EBS 10강, 제목 쓰기

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나의 두 번째 교과서’ 마지막 강의인 10강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는 “제목쓰기”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신다.


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공통된 문제점인 것 같다.


긴 장편 소설이든 짧은 소설이든 서평이든, 모든 텍스트에는 제목이 있는 것이 규칙이다.


제목 쓰기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이번 강의에 모아서 전부 다 말씀드리겠다는 교수님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세우고는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섰다.




제목은 콘텐츠를 직관적이면서 압축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란다.


우리 인생에도 제목이 필요하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잠시 또 주춤거린다.


내 인생의 제목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아직도 확실한 답을 못 얻고,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여기에다가 내 인생의 제목까지 붙이려니까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지나온 내 인생에 대한 제목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살아가야할 내 미래의 인생에 대해서도 미리 제목을 정해놓으면, 어느정도 내 인생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정곡을 찌르는 것 같다.


그냥 무턱대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방향을 잡고, 제목까지 만들다보면, 정말로 나의 인생을 일목요연하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EBS교양 나의 두 번째 교과서 10강

제목을 쓰기에 앞서서 우선 가제목을 써놓고 시작하라고 하신다.


가제를 잘쓰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를 딱 한 개만 고르라고 하시는데, 이상하게도 난 이 ‘키워드’라는 말만 나오면 슬슬 뒷 걸음질을 친다.


이 핵심적인 키워드 앞에 수식어를 더하고, 그 앞에 또 수식어를 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교수님이 내려주시는 소중한 ‘팁’이다.


예를 들어서, ‘말’이라는 키워드에 ‘다정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다정한 말‘이되고, 그 앞에다가 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들려줄‘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붙였더니,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다정한 말‘이라는 근사한 제목이 만들어 졌다.


이제 조금 이해가 된다.

역시 ‘강의의 천재’이시다.


어쩜 이리도, 쉽고 재미있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지 그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구체적인 수식어가 붙어야, 내 인생의 제목을 실현할 수가 있단다.


만일 우리가 ‘니체’에 대한 제목을 만들고 싶다면, 너무도 방대해서 아주 많은 시간을 들여도 모자랄 것이다.


이럴 때 멋진 수식어를 덧붙여 만들어 본다면, ‘니체의 태도와 가르침‘이라고 만들 수가 있겠는데, 이때 조금 더 보태면 ’니체의 단단한 태도와 가르침‘이라는 아주 명백한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이 ‘키워드’라는 것이 글쓰기의 제목을 정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유튜브 글쓰기 강의를 통해서나, 나다운블로그의 라이팅시온 강사님을 통해서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것인데, 이상하게도 난 이 ‘키워드’소리만 들으면 뒤로 꽁무니를 살살 빼기 시작하는 것이다.


은퇴하고 나서 나름 ‘디지털포메이션’을 외치고 다니다가, ‘메타버스’라는 단어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던 쓰라린 기억이 떠오른다.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가상 세계로 뛰어들어가야만, 앞으로의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다고 했는데, 도저히 그 벽을 넘어설 수가 없었다.


그대신 블로그라는 더 멋진 세상을 만나서, 나름 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보고는 있지만, 역시나 ‘키워드’라는 머리 아픈 난제에 부딪힌 것이다.


그냥 포기하면서 되는 대로 쓰기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키워드’라는 중요한 문제는 뒤로 한채, 무턱대고 글만 쓰고 있던 와중에, 나민에 교수님의 소중한 강의를 만나게 된 것이다.


키워드에 수식어만 제대로 갖다 붙이기만 해도 아주 근사한 제목이 탄생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EBS교양 나의 두 번째 교과서 10강

그동안 살아오면서 ‘인생’이라는 단어를 아무 생각없이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인생’이라는 키워드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가 이렇게도 많다고 설명해주시는 교수님의 말씀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나의 인생‘, ’너의 인생‘, ‘우리의 인생’, ’사나이 인생‘, 낭만의 인생’, ‘현대사회의 인생’, ‘비교당하지 않은 권리의 인생’, ‘모멸감의 인생’, ‘소외된 인생’, ‘잊혀진 인생’, ‘소중한 인생’


이래서 글을 잘쓰고 싶으면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시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어휘력이 풍부해야만,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내가 쓰고 싶은 수식어를 마음놓고 갖다 붙일 수가 있는 것이다.


나민애 교수님의 표현대로, 어마무시하게 많은 수식어를 자유자재로 불러오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책 부터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제목’

어렵다.

참 어렵다.


제목만 잘 만들어도, 반은 성공한 것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글을 잘 썼어도, 제목을 잘못 갖다붙이면, 그 글의 의미가 반감된다고 하신다. 제목 하나를 어떻게 붙이냐 안 붙이냐에 따라서, 내 본문이 더 활짝 피느냐, 아니면 조금 흐려지는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나민애 교수님만의 좋은 제목 만들기 비법중의 하나는, 바로 그때그때 메모하는 것이란다.


살짝 스쳐지나가는 모든 순간까지도 하나의 제목이 된다고 하신다.


그때의 제목이 모여서 오늘 하루의 제목이 되고, 하루의 제목이 모이면 1년의 제목, 그게 다시 모여서 70년, 80년, 그렇게해서 내 인생의 제목이 되는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제목’이라는 단어를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늘 내곁에서 나랑 함께하고 있는 친구같은 존재라고 생각해보자는 엉뚱한 발상도 해본다.


‘남편’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 봐야겠다.


‘사랑하는 남편’, ‘소중한 남편’, ‘웬수같은 남편’, 삼식이 남편‘, ’웬수같지만 소중한 남편‘, ’사랑하지만 웬수같은 삼식이 남편‘ ㅎㅎㅎ


남편을 살짝 씹으니까, 이제서야 키워드랑 수식어의 조합이 기가막히게 이해가 된다.



오늘 하루를 그냥 무심코 스쳐보내지 말고, 작더라도 의미있는 제목을 붙이는 연습을 하면서 살아야겠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는 항상 한 권의 책을 고를 때, 늘 책 제목을 가장 먼저 본다. 짧은 제목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 책에 대한 궁금중을 불러 일으킬 만큼, 책 제목은 그렇게 중요하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내 인생을 책으로 만든다면, 과연 그 제목을 무엇으로 정할까를 뜬금없이 생각해 보았다.


꽤 진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저 단순하게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닌, 내가 살아온 나의 인생에 대한 요약이고, 내 삶의 정수를 담아내는 상징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맥이 빠진다.


그만큼 자신있게 잘 살아 왔었나에 대한 확신이 안 서는 것이다.


내 인생의 제목을 찾아봐야겠다. 그러다보면, 그 자체로 내가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앞으로 살아갈 남은 삶에 대한 기대감도 더 커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 인생의 제목은 내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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