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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낫띵nothing Mar 14. 2024

나는 나르시시스트에게서 도망친 임상심리사입니다.

Chepter1. # 나르시시스트 이더라.


헤어지고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드디어 도망쳤어!” 나는 약간 신나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친구는 듣자마자 폭소했다. 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나한테 꺼지라고 해서, 속으로 '이때다' 하고 냅다 도망쳤지” 친구는 계속 웃었다. 

“좋냐? 세상에 꺼지라는 말 듣고 이렇게 좋아해도 되는 거야?”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잠깐 생각한 후에 대답했다. “걔랑 헤어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꺼지라는 말에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 숙여 인사고 나올 뻔했다니까” 나는 진지하다 말고 다시 깐죽거렸다. 세상 진지한 두 사람이 심각하지 않으려는 대화 방식이다. “그래 그래 고생했어. 근데 넌 괜찮아?” 친구의 말에 망설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 안 괜찮아, 로맨스로 시작해서 스릴러로 끝났어. 마지막 장면은 공포물이었고. 날 보며 욕하고 비난하는 모습이 괴물로 보였어. 지랄 발광 하는 괴물.” 통화에 짧은 공백을 가진 후 친구가 물었다. “근데 걔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그게...... 나르시시스트... 더라 고




나와 나의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를 헤어지는 시점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게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이 뒷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두 번째는 정형화된 그들의 패턴 마지막 단계쯤 나르시시스트라고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 바퀴 이상은 경험해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애매모호하다.


나르시시스트가 뭘까. 한동안 나의 친구들 사이에서 나르시시스트는 대화의 주된 화두였다. 나르시시스트가 무엇인지 설명하는데 며칠을 소모했다. 왜냐하면 나르시시스트는 성격장애 어느 한 영역에 넣기에는 그 범위가 넓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도 나르시시스트야?’라는 의문이 계속 생기게 된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정신질환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놓은 ‘DSM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전공 책이 있다. 여기에는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라는 진단명은 없다. 우리가 흔히 나르시시스트라고 알고 있는 자기밖에 모르고 이기적이며, 타인을 무시하고 특권의식에 사로 잡혀 소위 ‘갑 질’ 하는 사람들은 그 증상이 DSM에 명시된 진단 기준 중 5개 이상 충족되면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라고 진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반드시 나르시시스트가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할 수 없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나르시시스트의 한 종류일 뿐이다. 




나르시시스트는 더 넓게 존재한다. 



심리조종자, 에너지 뱀파이어, 영혼 파괴자, 가스라이터, 자아도취자 등 나르시시스트를 지칭하는 별명이 꽤 많다. 이 별명과 DSM에 명시된 B군 성격장애의 특성 공통점이 있다.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는 DSM에 명시된 B군 성격장애의 하위 유형 중 하나이다. 성격장애 B군에는 반사회성 성격장애, 경계선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도 여기에 속한다.  B군 성격장애의 공통된 특성은 1. 행동이 극적이고 감정적이며 변덕스럽다. 2. 타인의 인격과 권리를 침해한다. 3. 극적인 심리적 불안정성을 나타낸다. 4. 과도한 정서 표현을 나타낸다. 5. 자신을 과하게 평가한다.


나르시시스트는 B군 성격장애의 특성이 나타나지만 성격장애로 진단할 만큼의 병적이지는 않아도, 정상범 위는 아닌 영역의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한다.







중요한 것은 성격장애로 진단할 만큼 병적이지 않지만 정상 범위는 아닌 영역의 사람들이다. 매우 위험하며,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나르시시스트는 인구의 1% ~4%에 속하는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자기애성 인격장애 와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인구의 30%~40% 속하는 나르시시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가까운 관계가 되기 전까지 눈에 띄게 병적인 증상을 들어내지 않는다.






*참고문헌: DSM-5 사례중심 이상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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