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낫띵nothing Apr 06. 2024

나는 나르시시스트에게서 도망친 임상심리사입니다.

 # 나르시시스트 한 끗 차이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결정적인 차이가 뭘까?” 


친구는 무슨 뜬금없는 말을 하냐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니까, 나랑 나르시시스트랑 결정적인 차이가 뭘까? 쟤는 나르시시스트랑 뭐가 다를까?” 나는 옆에 있는 다른 친구를 가리키며 의문을 던졌다. 


나르시시즘은 누구에게나 있고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어느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 건강한 나르시시즘과 건강하지 못한 나르시시즘으로 나눌 수 있다. 친구들과 나르시시즘 정도를 테스트했다. 나르시시즘 스펙트럼은 0부터 9까지라고 한다면 건강한 나르시시즘의 범위는 4부터 6까지이다. 내가 질문한 친구는 4가 나왔고 나와 내가 가리킨 친구는 똑같이 6이 나왔다.


“나르시시즘 스펙트럼 7부터가 나르시시스트라고 한다면 6.999와 7의 차이가 뭘까? 0.001이 도대체 뭘까? 6인 나와 7인 나르시시스트의 결정적인 차이가 뭘까?" 친구는 그동안 나와 함께 나르시시스트에 관해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정답 같은 단어들을 나열했다. “죄책감? 공감 능력? 자기 객관화? 지능?” 나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거다!' 싶은 느낌을 주는 명쾌한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결정적인 한 끗 차이






매력적인 사이코패 킬러가 주인공인 'killing Eve (킬링이브)'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다. 이 주인공은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이다. 작가의 통찰력이 뛰어난 것인지, 감독의 디렉팅이 섬세한 것인지, 배우의 연기력이 좋은 것인지, 셋다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이 매우 잘 표현되어 있다. 


극 중 사이코패스 전문가(마틴)이 주인공(빌라넬)을 설명하는 장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사이코패스를 생각할 때 일반인처럼 생각을 해서 부정적인 특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폭력성, 자아도취성, 가학성 등, 그게 실수이다. 부여하지 말고 빼야 한다.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모든 걸 빼버려라.' 나는 이 장면에서 그 한 끗 차이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나르시시스트는 우리를 어른답게,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것들을 모두 빼면 된다. 대단한 어른일 필요도 없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감을 모두 고려하는 보통의 인간 딱 그 정도의 어른이면 된다. 내 마음대로 안되면 떼쓰고 악 쓰며, ‘모두 네 탓이야’고 하지 않는 정도의 어른이면 된다. 실수를 하고 창피한 행동을 했을 때 부끄러워할 줄 알고 죄책감을 느끼는 정도의 어른이면 된다. 타인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가 아무리 낮더라도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거나 이용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정도의 어른이면 된다. 자신보다 잘 난 사람이 꼴 보기 싫어도 그 사람이 자신보다 뛰어난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 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하더라도 그런 나 자신이 쪽팔려서 반성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 


한 끗 차이가 너무 큰 차이였다. 우리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적어도 20년 이상의 시간 동안은 경험하고 배우고 습득한 정서적 성숙함이다. 태어나서 나와 타인을 구별할 수 있는 시기부터 성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인 성장을 함께한다. 나르시시스트는 이 세 가지 중에서 정서적인 성장이 유아기 어디쯤부터 더 이상 발달하지 못했다.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로 신체와 인지만 성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딱 저 정도의 어른 다움도 불가능한다. 








*참고서적 : 나르시시스즘 다시 생각하기 - 크레이그 맬킨 - 
*참고 영상 :<킬링이브> BBC 영국 드라마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나르시시스트에게서 도망친 임상심리사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