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F Apr 19. 2024

순수하고 솔직하게 서로를 비춰주는  마음

Episode 13: 동심을 꿈꾸는 교사, 그리고 동화 작가 루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다양한 일과 삶의 이야기를 글과 영상을 통해

세상에 전달하는 인터뷰팀 ONF입니다.   

   

한 사람의 ON과 OFF를 함께 조명하며

그 고유한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 ONF의 의미이자 목적입니다.   

   

ON: 직업, 일. 사회적 시선에 노출되는 대외적인 모습의 ‘나’

OFF: 일을 제외한 일상, 휴식, 다소 꾸밈이 없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나’




Episode 13:  편견없이 하얀 시선으로



루비 작가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그녀가 쓴 브런치 글들을 읽어보았다. <빨강머리 앤 같은 어린이가 많아진다면>이라는 제목을 단 글에는 이런 문장이 쓰여있었다. ‘앤처럼 진한 감수성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삶의 예술을 만들어 나가는 어른이 많아진다면 … 그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하고 상냥해질 것 같아요. 만인이 만인에게 친절한 세상이요.’


처음 만났을 때의 루비 작가는 마치 어린 학생을 앞에 둔 친절한 교사처럼 상냥했다. 아니, 그보다는 루비 작가 자신이 꼭 어린 소녀와도 같아 보였다. 그녀는 내게 호기심 가득한 눈빛과 수줍은 미소를 건넨 뒤로 천천히, 그러나 신중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어린아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한 덕택인지 루비 작가의 말들은 아이 같은 표현과 감수성으로 점철되어 구연동화를 읽어주는 듯 따뜻했다. 그러나 그 깊숙한 곳에는 초등교사로서 아이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뚜렷한 주관이 이성적이고도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에는 아이와 어른의 마음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루비 작가의 시선이 품은 경계 없는 마음의 너비를 ONF가 충분히 헤아렸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독자분들을 위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루비라고 합니다. 현재 4권의 책을 출간한 동화 작가이고요, 또 동시에 14년 차 초등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What's your ON?


Q. 2022년에 <스마트폰 좀비>를 처음 출간하며 본격적인 동화 작가의 길에 접어드셨죠.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쓰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어린 왕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키다리 아저씨>나 <빨강머리 앤>과 같은 동심 가득한 책을 좋아했어요. 20대 때에 개인적으로 지치고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요. 그때 찾아뵌 상담 선생님께서 치유를 위한 예술 활동을 권해주신 거예요. 그렇게 처음으로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본래 좋아하던 동심 가득한 글들을 직접 써보고, 소장용 그림책까지 제 손으로 직접 출간하고 나니 더없이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조금 더 전문적으로 아동문학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에도 진학했어요. 이후로 꾸준히 습작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덧 좋은 제안과 우연한 계기들을 통해 4권이나 출간하게 되었네요.


루비 작가가 쓴 네 편의 동화



Q.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을 쓰는 것은 보통의 성인이 읽는 글을 집필할 때와는 사뭇 다를 것 같아요. 한 권의 동화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되며, 그 안에서 가장 고려하시는 부분은 무엇이죠?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니만큼 어린이들의 세계를 담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눈높이를 어린이들의 마음과 맞추는 것이죠.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까를 충분히 고민하며 대사를 적고 문장을 써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읽으려면 재미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최대한 자극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나아가 단순한 재미와 상상력에서 그치지 않고 감동과 유익함까지도 선물해 줄 수 있는 그런 동화였으면 좋겠어요. 한 권의 동화를 읽고 나서 아이들이 마치 종합선물 세트처럼 느낄 수 있도록요.


가장 처음 쓰게 된 <스마트폰 좀비>는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다 번뜩 구상하게 되었어요. 제가 워낙 멍때리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혼자 몽상하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날도 지하철에 가만히 앉아 사람들을 지켜보는데 모두가 핸드폰만을 응시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며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이런 광경을 보면 어떻게 느낄까?’라는 재미난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 길로 브런치에 글을 올렸는데, 출판사에서 보고 출간 제의를 주셨죠. 제가 지금껏 출간한 네 권의 책은 모두 오디오 북의 형태로 제작되었어요.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저의 원고에 어울리는 효과음이나 배경음악, 그리고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알맞게 편집해 주셨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종이책도 꼭 출판해 보고 싶네요.      



- 스마트폰을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이 결코 흔치는 않을 것 같아요. 동화책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심어주려는 작가님도 상상력이 만만찮은 분이신 것 같은데요.


그런 편이기도 하고, 또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빨강머리 앤>의 등장인물 앤 셜리도 그런 인물이었죠. 상상력이 풍부한 앤을 보면 정말 제 모습 같았어요. 어느 날은 문득 이걸 나만의 특기로 개발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마음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추상적인 생각들을 글로 적어내고, 생각을 깊이 펼쳐내는 훈련을 계속하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초등 교사로서 14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시는데요. 교사로서 작가님의 모습은 또 어떤지 궁금해요. 자신을 ‘ ~한 교사’라고 소개한다면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꿀벌 같은 교사’라고 저를 형용하고 싶네요. 꿀벌은 저희 반의 별칭이기도 해요. 부지런히 꿀을 모으는 꿀벌처럼 열심히 지혜를 모으자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꿀벌 마야의 모험>이라는 동화책에는 호기심 많은 어린 꿀벌 마야가 등장해요. 마야는 자신이 사는 세계에 답답함을 느끼며 먼 세상으로 떠나 다양한 곤충을 만나며 성장해 가요. 그리고 그 경험을 밑거름 삼아 위험에 빠진 자신의 세계를 구해내죠. 저도 마야와 비슷한 것 같아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쌓으려 하거든요.

학교에서 학교폭력 업무, 생활 업무 등 학급 외 새로운 업무들에 꾸준히 도전하고, 교과서에 갇히지 않는 다양한 학급 활동들을 구상하는 것도 이런 제 성격 덕분인 것 같아요. 한번은 학교폭력 예방 교육 시간을 활용해 아이들과 아이클레이로 캐릭터를 만들고 학교폭력 관련 이야기를 만들어 직접 영상으로 담아봤어요. 또,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학교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든 적도 있고요.


꿀벌 반



Q. 아이들을 가르치고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책을 만드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 같아요. 작가와 교사로서의 시선이 서로 어떻게 맞닿아 있나요?


언젠가 책을 출간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만들어 준 적이 있어요. 동시 쓰기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쓴 시를 모아 한 편의 시집으로 엮어 주었더니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하더라고요.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주어 감사하다며 부모님께 연락도 받고 정말 뿌듯했던 기억이 나요. 꼭 작가 일이 아니더라도, 제 개인적인 경험과 시선이 넓어지면서 아이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배움의 깊이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동화 외에도 창작 소설이나 시, 에세이 등 여러 형식을 빌려 블로그와 브런치에 꾸준히 제 생각과 일상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교사 생활에 대해 써 내린 ‘교단 일기’를 통해 제 수업을 돌아보기도 하고, 저 스스로를 피드백하기도 해요. 무언가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때는 몇 년 전에 써 놓았던 글의 다짐을 보며 생각지 못한 해결책을 얻기도 하고요. 적어놓지 않으면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 생각들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그 생각이 필요할 때 다시 찾아보기 위해 열심히 남기는 것 같아요.


루비 작가가 쓴 <꿈꾸던 학교>



Q.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시는지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이 쓴 <라스무스와 방랑자>라는 책이 있어요. 주인공 라스무스가 험난한 모험을 열심히 헤쳐가는 이야기에요. 동화책에 그런 줄거리가 자주 등장하잖아요. 악당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마냥 무서워하고 벌벌 떨기보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겨내는 주인공들을 보며 아이들이 삶을 헤쳐 나가는 용기와 지혜를 얻기를 바라요. 저 또한 아이들에게 그런 기지와 희망을 책에서 보여주고 싶고요.


그리고 그런 용기가 필요한 순간마다 책에서 답을 찾고, 적극적으로 배워나가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동화를 만들고 싶네요.

     


자신을 빨강머리 앤에 비유해 소개했다가도, 꿀벌이라 칭했다가, 라스무스의 모습을 닮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보니, 루비 작가는 그 누구의 삶에도 쉽게 이입하는 자유로운 마음을 지녔음에 틀림없다.


<라스무스의 방랑자>의 주인공 라스무스는 타고난 방랑자 오스카를 만나며 생전 처음 하는 모험들을 겪는다. 절대적으로 그의 편이 되어주는 오스카와의 동행을 통해 그는 자신의 숨겨진 모험가 기질을 발견한다. 이제 라스무스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유로운 여행으로 인생을 아름답게 채워갈 준비가 되어있다.


루비 작가에게도 오스카와 같은 모험 친구가 있었다면, 그건 아마 그녀가 좋아한 이야기들에 등장한 수많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루비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만난 그들은 타인의 세계와 마음을 무한히 방랑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상상력을 그녀에게 선물했다. 그렇게 길러낸 상상력으로 루비 작가는 다시 한번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그들 너머에 있는 무궁무진한 삶과 이야기를 발견한다. 그런 방식으로 그녀는 별을 청소하는 견우, 달을 노래하는 직녀,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그려냈으니. 그렇게 루비 작가는 또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모험 친구들을 만들어 주는 중이다.



What's your ONF?


Q. 오직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지탱하기에는 교사의 업무엔 때로 막중한 책임과 어려움도 따를 것 같아요.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는지요.


가장 힘든 순간은 동료 교사나 학부모님들로부터 외면받는 때인 것 같네요. 매년 3월 초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에 저는 이렇게 써요. ‘우리는 같은 아이를 키우는 협력자이자 동반자이기에, 저를 믿고 지지해달라’고 부탁하죠. 물론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는 저의 이런 마음을 헤아리고 신뢰를 보내주세요. 그렇지만 아주 가끔 조금은 지나치고 무례하게 반응을 보내오는 소수의 학부모님이 계시죠. 종종 그렇게 도를 넘는 학부모 민원을 받게 되었을 때, 동료 교사가 그걸 막고 공감해  주기보다 방치하거나, 혹은 그걸 빌미로 같은 동료를 공격해 올 때도 있어요. 그런 상황을 보면 마음이 안 좋고 씁쓸해져요.


또 가끔은 아이들이 던지는 말이 상처가 될 때도 있어요. 물론 아이들이 나쁜 의도를 가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아직은 표현하는 데에 완벽하지 않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때로 그 말들이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특히 사춘기 시기를 겪는 고학년 아이들이 주위로부터 들은 말을 자기 생각인 양 내뱉을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힘들다는 느낌을 받아요.      



- 최근에도 초등교사의 권위가 무너지는 많은 아픈 일들이 있었죠. 앞으로의 초등교사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마음과 태도로 아이들과의 행복한 교실을 꿈꾸어 가야 할까요.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교사가 아이들을 수직적으로 대하고 통제하기보다는 눈높이를 맞추어 존중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믿어요. 더 자유롭고 허용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정하게 아이들을 대할 때 갈등이나 문제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아이들이 결코 어른보다 미숙하다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경험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죠. 아이들도 나름 각자만의 주관과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걸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등 여러 방면으로 풍부한 자료를 얻을 수 있기에 어떤 부분에서는 교사보다 더 앞서 있기도 해요. 더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아이들을 통해 얻는 행복에는 어떤 것들이 있죠? 아이들과 함께했던 기억 중에서 가장 보람되었던 때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화가 있네요. 2016년에 1학년 학급을 맡아 체험학습으로 동물원을 간 적이 있는데요. 다녀오는 길에 제 옆자리에 앉은 남자아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선생님은 제 꿈을 이뤄 주셨어요. 코끼리를 보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그 말이 얼마나 순수하고, 그 꿈이 얼마나 작으면서도 커다란지, 그 순간이 참 벅차더라고요.

또 제가 맡았던 1학년 아이가 2년이 지나 1학년 때가 참 즐거웠다며 편지를 써주었을 때, 친구 관계에 문제가 있어 유난히 마음이 많이 쓰였던 아이가 잘 챙겨줘서 감사했다며 해마다 문자를 보내올 때. 작게라도 저를 생각해 주는 이런 마음들이 소중하면서도, 항상 보람차게 만들어줘요.


루비 작가의 교실, 새싹



Q. 요즘 루비 작가님의 시선을 자주 빼앗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특히 ‘마음’에 관심이 많이 가요. 아이들의 마음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의 마음이 어떤 것들에 의해 통제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수업도 듣고 있어요.    


  

-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떠한 시선을 갖기를 바라세요? 아이들이 좋은 시선을 기르며 자라가기 위해서는 무엇에 마음을 두어야 할까요?


다른 무엇보다도 분별력 있는 시선을 길러냈으면 좋겠어요. 정말 갈등이 많은 세상이잖아요. 세대, 젠더, 집단 간 갈등과 혐오가 팽배하고 여러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걸 잘 통찰하기 위한 시선을 갖추기를 바라요. 자신의 중심을 단단히 지키고 온갖 것들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세상사를 잘 이해하는 지식과 더불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요.  


루비 작가의 학급 아이들이 쓴 '나의 미래'



소파 방정환의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자. 삼십 년 사십 년 뒤진 옛사람이 삼십 년 앞사람을 잡아끌지 말자. 낡은 사람은 그들의 뒤를 따라서만 새로워질 수가 있고 무덤을 피할 수 있다.”


일방향으로 이끄는 관계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체벌과 통제로 가득했던 교실이 아이들의 자율을 보장한 놀이터로 변하는 과도기의 복판에서, 수많은 교사가 예상치 못한 모욕과 상처를 견디어야 하는 애달픈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다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을 앞에서 이끄는 줄로만 알았던 교사는 다시 아이들의 도움으로 이끌어진다. 교사와 학생은 서로를 더 큰 사람으로 채우며, 양방향의 관계 속에 공존한다.

모든 관계의 이면에 숨어있는 절대적 우위를 지우고 서로를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 서로를 이해하는 다정함은 만방으로 피어난다.



What's your OFF?


Q. 마음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작가님이 쓴 시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요. 사랑, 배려, 편안함, 순수 등. 여러 가지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이들 마음 중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이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중에서도 단연 ‘사랑’이에요. 학창 시절부터 로맨스 영화나 소설에 마음을 많이 빼앗겼어요. 제가 아직 진정한 사랑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달까요.     



- 그럼, 반대로 가장 놓치고 살아가는 마음은요?


음, 겸손인 것 같네요. 저 스스로를 많이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지만, 너무 지나치면 자만심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Q. 작가님은 어떤 아이였나요. 어린 시절의 작가님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하네요.


초등학교 때엔 정말 매일같이 놀았어요. 경기도의 조금 외진 지역에서 자란 덕분에 자연과 어울려 뛰어놀기 딱 좋았거든요. 틈만 나면 잠자리 잡으러 다니고, 밤 따러 다니고, 친구들과 사방 칠기 같은 놀이도 하고요. 지금은 개발돼서 잘 안 보이는 별이 어릴 때만 해도 넘쳐났거든요. 밥 먹고 나오면 아빠가 만들어주신 원두막에 누워 친구들과 별을 보기도 했어요. 아, 만화도 정말 좋아했어요. 세일러문, 디즈니, 포켓몬스터, 영심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챙겨봤죠. 지금도 교실에서 아이들이 무언가 하고 있을 때면 천사 소녀 네티 오케스트라 음악을 틀어 놓아요. (웃음) 이후로 힘든 시절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만 떠올리면 언제라고 힘을 되찾았던 것 같아요. 마음의 안식처 같은 기억들이에요.


유년 시절의 루비 작가



Q. 우리 삶에 동심이 꼭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른이 되어 타인과 끊임없이 경쟁하고 각박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서로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불신의 마음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이들은 일단 좋아하고 믿으며 하얀 마음으로 편견 없이 진심을 내어주더라고요.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들을 보며 그런 마음이 서로를 환하게 비춰주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경계하고 두려워하다 못해 서로를 냉대하는 요즘일수록 아이들과 같은 때 묻지 않은 동심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아요. 연약하고 어린 아이들이 마냥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걸 볼 때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말랑말랑한 시선으로 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아무에게나 맹목적으로 마음을 보여줘서는 안 되겠죠. 어느 정도의 거리 유지는 필요하겠지만요. (웃음)



인터뷰를 마치며


Q. 앞으로 삶을 대할 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길 원하시나요?


제게도 아직은 세상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조금 남아있어요. 여전히 사람들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 가끔은 불안하기도 해요. 그런 마음이 줄어들어 제가 추구하는 동심 가득한 마음으로 사람들과 편견 없이 편하게 대화하고 싶어요.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으니까요.


루비 작가




<Editor's Note>


젊고 어린 마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한 어린아이가 내게 말했다. ‘웃는 모습이 꼭 햇살 같아요!’ 한 번쯤 들어봄 직한 비유이지만, 그럼에도 결코 실제로 나누어 본 적 없는 맑은 표현이 내 마음에 생경하게 새겨졌다.


어른에 비해 조그만 언어 주머니를 가진 아이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표현을 거르고 걸러 그들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최선의 단어를 선택한다. 그들이 하는 말은 조금 느릴지 몰라도, 어느 것보다도 진실하고 깨끗하다.     

”저렇게 아름다운 곳을 가로수길이라고 부르면 안 돼요. 그 이름엔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뭐냐 하면, 저 길은 기쁨이 넘치는 하얀 길이라고 불러야 옳아요“ -<빨강머리 앤>   

   

반면 아이들보다 풍부한 언어와 경험을 품고 있는 우리는 그중 아무 말이라도 쉽게 내뱉는다. 한 단어씩 신중히 고르고 고민하던 찰나의 시절을 겪어 온 우리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흠집을 낸다.


어쩌면 경험이 너무나 많아서일까.

숱한 경험이 켜켜이 쌓아 올린 두터운 편견의 벽이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는 우리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려는 우리를 가로막는 것은 아닐까.


텁텁한 것들에 휘둘리는 어른의 시선이 지겨워질 때면, 나는 천진한 어린이의 시선 속에 담긴 따뜻함과 호기심을 가슴 깊이 수용했던 루비 작가의 동화를 펼쳐볼 것이다. 그곳에는 너른 마음을 가진 어른이 수십, 수백 가지의 어린 시선들을 포용하며 써 내린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루비 작가 브런치 바로가기

https://brunch.co.kr/@lizzie0220


격주 목요일 오전 8시, ONF "시소레터"가 새롭게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구독 바로가기] https://maily.so/onf.interview


ONF 공식 블로그에서 독자분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기고 신청 구글 폼]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kvaO7Gnv9ukYgFmBC_BLbjRPEc3bOr0fdwAPakt3pZr9XdQ/viewform?usp=send_form


당신의 소중한 인생 역사 중 한 페이지를

진심을 다해 기록해 드립니다


Editor : 주디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